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5.31 05:00

당장 돈벌이 안되지만 무한한 확장성 매력…온라인 쇼핑 약점 '체험' 보완도 기대

이건준(사진 왼쪽) BGF리테일 대표를 본 따 만든 아바타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의 아바타가 지난 25일 제페토에서 만나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CU)
이건준(사진 왼쪽) BGF리테일 대표를 본 따 만든 아바타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의 아바타가 지난 25일 제페토에서 만나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CU)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유통업계가 기회의 땅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한 말이다. 현실과 연동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활용해 정교하게 구현된 가상세계를 이용할 수 있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놀이, 업무 등 현실세계의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한 공간인 셈이다.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로블록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 등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2021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초기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즐기는 놀이터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입학식, 졸업식, 신입사원 연수, 사인회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메타버스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비대면'으로 '대면'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네이버제트 관계자는 메타버스 인기 요인에 대해 "자신의 모습을 3D 아바타로 구현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에게 먹혀든 것 같다. 아울러 재미있는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현실과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산업군이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가운데, 유통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세가 된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모양새다. 

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에 진출했다. 오는 8월 제페토 내 인기 맵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오픈한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CU제페토한강공원점 루프탑에 조성된 테라스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CU 인기 상품을 즐기게 될 전망이다. 즉석 원두커피 기기로 커피를 내리거나, 라면을 즉석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다른 이용자와 소통·교류를 중시하는 제페토 유저들의 특성을 고려해 특화 매장 콘셉트인 버스킹 공간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버스킹 공간에서는 실제 공연장처럼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등 모션으로 공연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무대도 관람 가능하다. 

CU는 제페토한강공원점 오픈 후 반응을 살핀 뒤, 유저들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다. 편의점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도 메타버스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 제품을 입은 제페토 아바타들. (사진제공=네이버제트)
구찌 제품을 입은 제페토 아바타들. (사진제공=네이버제트)

유통 대기업들도 계열사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CJ ENM과 롯데월드는 지난 18일 출범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동참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다. CJ ENM과 롯데월드 외에도 현대자동차,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KBS, MBC, SBS, EBS, MBN, 카카오엔터 등 기업과 유관기관·협회가 참여한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산업·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포럼 ▲메타버스 시장의 윤리적·문화적 이슈 검토 및 법제도 정비를 위한 법제도 자문그룹 ▲참가 기업이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발굴·기획하는 프로젝트 그룹 등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정부는 얼라이언스에서 제시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패션기업들도 일찌감치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미래의 잠재 고객인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구찌, 나이키 등 주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이미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상품들을 똑같이 재현해 아바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한다.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구찌 제품을 메타버스에선 1000원짜리 몇 장이면 살 수 있다. 

유통업계가 아직 초기 단계인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한한 확장성' 때문이다. 단순한 가상세계였던 메타버스는 어느덧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이렇다 할 돈벌이 수단이 없는 상태지만, 지속적으로 이용자들이 모인다면 현실세계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국내 대표 여자 아이돌그룹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팬 사인회는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사인회에는 약 4600만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메타버스가 온라인 쇼핑의 약점을 가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의 약점은 '체험'이다. 오프라인 쇼핑과 같은 체험을 하기 쉽지 않다. 기껏해야 사진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정도다. 이러한 약점을 메타버스에서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체험과 온라인 체험은 다른 기쁨과 재미를 준다. MZ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것을 더 재밌어하는 경향이 있다. 메타버스는 온라인을 통한 교류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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