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5.29 07:40

"내년 2월 총재 교체, 3월 대선 등 대형 이벤트 앞두고 기조변경 어려울 것"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4.0%로 제시했다. 2월 전망치에 비해 1.0%포인트 올린 것으로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또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0.50%의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25%포인트 인하된 뒤 1년째 동결 중이다. 다만 이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 금통위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지금은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이례적인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하고 있는데 경제가 호전되면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 인상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있다"며 "시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리인상 시점은 2022년 7월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며 "내년 2월 총재 교체, 3월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집중된 가운데 2022년 4~5월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지표의 '역기저 효과'가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기조 변경을 위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에 의한 경제 상황 전개라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며 "결국 경기 회복과 대면 경제활동의 재개를 위해서는 백신의 원활한 보급과 접종 속도가 관건인데 현재 국내 상황은 집단면역(달성 시점)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축에 대한 전환이 빨라질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총재는 관계없다고 했으나 내년 1분기 총재의 임기 종료와 대선 등 대형 이벤트를 감안하면 그 이전 기조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며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한 전제조건은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전망이 추가 상향되고 11월 그 흐름이 확인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도 직전보다 1.0%포인트 상향한 4.0%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을 다소 상회하는 것으로 정부의 목표인 '4% 달성'에 힘을 보탰다.

최근 경제 흐름이 호전되면서 국내외 기관은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 전망을 4%대로 제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4.0%), 하나금융투자(4.0%), 한국금융연구원(4.1%), 하이투자증권(4.2%) 등 국내 기관을 비롯해 UBS(4.8%), JP모건(4.6%), 골드만삭스(4.4%) 등 해외IB도 4%대 성장률을 제시 중이다.

다소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한은이 4%대 성장에 동참하면서 내달 발표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도 4.0%가 넘는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경제 흐름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은 1~4월 모두 증가한 가운데 5월 1~20일도 53.3% 늘면서 월간 기준 수출 증가세가 확실시 되고 있다.

소비심리도 회복 중이다.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5월 중 105.2로 전월 대비 3.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8년 6월(106.3)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4월중 카드 국내 승인액도 1년 전보다 18.3% 증가했다. 3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해 소비 폭발 조짐을 보였다. 

고용도 호전되고 있다.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5만2000명 늘었다. 이는 6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30~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세부지표에서는 다소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으나 취업자 수 자체가 늘고 있고 제조업 고용이 14개월 만에 증가 전환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결국 향후 성장 흐름은 백신 접종 등 코로나 방역상황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올해 4.0%의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백신 접종이 빨라지고 코로나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된다면 4.8%까지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백신접종이 지연되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 3.4%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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