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6.05 17:00

테슬라·BMW, 미국과 중국서 가격 인상…"韓 시장도 가격 인상 불가피할 것"

쌍용차 평택공장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신차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원자재 값 급등과 반도체 수급 차질로 중국 등에서 차량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차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일 중국 현물거래소 기준 철광석 가격은 1톤당 210.99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급등한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2일 1톤당 23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중국 정부가 원자재 투기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선 이후 소폭 하락했다가 지난 1일부터 200달러대를 다시 돌파했다.

철광석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은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번 주 초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1톤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이들은 지속되는 철광석 값 상승으로 올해 초부터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을 완성차 업체에 요구해왔다.

고무 가격도 올해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의 천연고무 선물가격은 지난 달 말 1㎏당 256.8엔(약 26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말(1㎏당 137.4엔)보다 86.9% 상승한 가격이다.

고무 가격 인상으로 인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각각 국내 타이어 가격을 3~10%, 5~7%씩 올렸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타이어 가격 인상도 올 7월 예정 중이다. 넥센타이어 유럽법인도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에서 판매하는 타이어 가격을 2월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상한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가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4일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톤당 2386.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1526달러) 대비 56% 급등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동차 열관리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은 지난 5월 실적 발표 당시 "계약 시 원자재 가격 변동이 판매가격과 연동되어 있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번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반도체 가격 인상 흐름도 적어도 올해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5월 25일 "반도체 수급 차질이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재고 확보, 여러 업종의 반도체 확보 경쟁 심화, 전기동력차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연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계의 50%가 반도체 가격이 10% 이내로 올랐다고 답했으며 20% 이상 올랐다는 업체도 16.7%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자재·반도체 가격 급등이 자동차 주요 부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결국 완성차 가격까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중국, 미국 등에서는 원자재·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주요 모델의 가격을 올렸다. 테슬라는 지난달 8일 중국산 모델3 세단 가격을 1000위안(약 17만원) 인상했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 3월에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중국산 '모델Y' SUV 가격을 8000위안 인상한 바 있다.

테슬라 중국 법인은 가격 인상을 공지하며 "비용 파동 실제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해 차량 가격 상승이 원자재·반도체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시사했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월 3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주요 공급망이 압박을 받고 있고, 이에 따른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로 차량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특히 그는 "원자재 가격에 대한 압박이 유독 심하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BMW '430' 세단은 5만위안(약 800만원)가량, 렉서스 'ES200' 세단 가격은 1만~1만5000위안 올랐다. 미국 등에서도 신차 가격이 7%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한다고 해도 원자재 반도체 가격이 이처럼 계속 오르면 결국 못 견디고 차량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변수들로 코로나19의 여파를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자동차 산업의 전망은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가 필요한 사양을 빼주는 대신 가격을 낮춰주는 마이너스 옵션 차량의 가격이 올라가는 등, 이미 국내에서도 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요 공급이 맞지 않으면 제품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반도체 등 전략 물품으로 자리 잡은 차량용 부품을 내재화하고, 벨류체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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