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6.07 11:48

주거복지 서비스 전문기관 탈바꿈…노형욱 "8월까지 조직 개편안 확정해 정기국회서 논의"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투기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 조사기능을 회수하기로 했다. 다른 기능도 다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민간으로 넘겨 전체 조직의 20%(2000명) 이상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고, 향후 3년간 임직원 보수를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는 7일 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LH 일부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된 뒤 국토부·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출범한 'LH 혁신TF'가 3개월 간 논의해 확정한 방안이다.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 회수…LH, 조직 축소·중복업무 이관

혁신방안은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구축과 독점적 권한 회수, 조직 기능·인력 슬림화, 전관예우·갑질 등 병폐 차단 등을 위한 구상을 담았다. LH를 현재의 부동산 개발 위주에서 주거복지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하는 한편, 2·4대책 등 주택공급 역할은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LH의 '개발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하도록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과감하게 축소·이양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신도시 등 공공택지 입지조사 관련 계획업무는 국토부가 직접 수행하게 된다. LH는 입지선정 이후 보상·부지조성·택지공급 등 후속 실무만 수행하게 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계획한 신도시 물량은 LH가 조사를 완료했다"며 "국토부는 신규 계획 물량부터 담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는 업무는 다른 기관으로 이관한다. 시설물성능인증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 공동주택관리지원 업무는 주택관리협회로 넘기게 된다. 

LH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정보화 사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보화 사업은 국토정보공사(국토), 한국부동산원(주택)으로 이관한다. 

정부간 협력사업(G2G)을 제외한 신규 해외투자사업은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컨설팅 업무는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로 넘겨 수행하도록 했다. 

이밖에 지역 수요에 맞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 도시·지역개발, 경제자유구역사업 등은 지자체로 이양하고, 리츠사업 중 자산 투자·운용 업무(AMC)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민간 금융사업자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또 집단에너지 사업 및 안전영향평가 업무와 같은 LH 본연의 기능과 무관한 업무는 폐지할 계획이다.

인력 20% 구조조정…연내 2000명 감축

정부는 이 같은 LH 기능 조정에 따라 인력도 20% 이상 감축하는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LH가 2009년 토공과 주공에서 통합돼 출범한 이후 조직 비대화와 기능 독점이 발생했고 내부 통제나 구성원 윤리의식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2009년 5799명이었던 LH 임직원 수는 2021년 9643명으로 66.3% 늘었다. 인원 수로는 3844명으로 연평균 300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1만 명 수준의 비대한 조직으로 팽창한 탓에 임직원에 대한 효과적인 통솔과 관리가 어려워졌다.

인력 구조조정 1단계로 LH 기능 조정에 따라 약 1000명을 줄이고,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조직에 대해서 정밀진단을 거쳐 추가로 1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지방 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부문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능 조정과 동시에 진행되는 1단계 인력감축 방안은 ▲상위 관리직 등 226명 ▲기능이관‧폐지 519명 ▲기능축소 330명 등이다. 

2단계로는 1000명 규모 구조조정은 1단계를 완료한 후 정밀진단을 거쳐 지방조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이에 대해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사에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업무도 있다"면서 "다른 공공기관하고 중복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는 다른 기관에서 전담토록한다. 전반적인 조직 진단결과 방만하거나 중복이 되는 것을 합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 구조조정 2단계로는 지방조직인력이 많다. 지방조직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조직 같은 경우 각 지역마다 담당하는 업무와 성격이 차이가 있다. 지방조직에 대해서는 정밀한 진단을 거쳐서 연내에 1000명을 추가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환수·임직원 보수 3년 동결…정기 국회서 조직개편 방향 논의

LH 직원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고, 향후 3년간 임직원 보수를 동결하기로 했다.

1000명 가까이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 인원을 공공기관 평균 수준으로 줄이고, 비위행위에 연루된 직원의 성과급을 제한한다.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동시에 복리후생비도 대폭 감액한다.

이달 중 확정되는 전년도 경영평가에서도 비위행위와 관련한 윤리경영 등 관련 지표에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6월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LH에 대한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엄정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을 중대한 비위행위로 간주하고 윤리경영 등 관련 개별지표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부여하고, 개별지표 외에 필요하면 종합등급도 추가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수사결과에 따라 2020년 이전에 발행한 비위행위가 확인되면 해당연도 평가결과도 최하등급으로 수정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한다.

아울러 이번 투기 사태의 책임을 물어 향후 3년간 기관장 이하 간부직 직원 인건비를 동결하기로 했다. 2급 이상 직원은 3년간 인상분을 반납하게 된다.

출장비 등 불요불급한 경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 경상비를 10%(56억원) 삭감하고, 업무추진비도 15% 감축했다. 지금의 예산편성지침에 경상경비 전년수준 동결, 업무추진비 5% 삭감토록 규정해 있는 것을 확대했다.

서민 주거복지 실현과 관련되지 않은 출연·출자기관도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기존 출자회사의 경영성과 등을 검토해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 등 출자금 회수가 불투명하거나 사업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면 지분 매각 등 출자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 또 핵심기능 외에 신규 출연·출자사업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방만한 자산 관리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비핵심 업무용 자산 조사를 통해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 주택 공급 등 핵심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원도 대폭 줄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도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LH의 구체적인 조직개편 방향과 관련,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 전까지 공청회 등 좀 더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LH의 핵심 기능인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별도 분리 ▲수평 분리 ▲모회사·자회사 분리 중 한 가지 대안으로 분리해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노형욱 장관은 LH조직개편 최종안 확정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서 가능하면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법령 개정안 혹은 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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