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희 기자
  • 입력 2021.06.08 10:24
최윤희 기자

[뉴스웍스=최윤희 기자] 지난 2019년 11월 26일 제정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질적인 법 시행 시기인 내년 1월부터 군공항 소음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피해보상이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보상금에 따른 국가의 막대한 재정투입이 도마 위에 오르며 최근 수원군공항 이전의 당위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소음 피해 보상금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20만명에 육박하는 광역급 대도시인 수원시 군공항 소음 피해 지역은 광범위하다. 군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시설이지만, 도심 한복판에 전투기가 뜨고 내리며 37만 여명이 거주하는 수원지역 권선구 주민들과 활주로 반경에 포함된 화성지역 병점 주민들이 그 영향권 안에서 10여 년이 넘도록 고통을 받아왔다.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은 2014년 3월 수원시가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듬해 6월 국방부는 경기남부권역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이전추진을 위한 사전설명회 절차를 밟아 수원군공항 이전건의 타당성을 승인한 뒤 2017년 2월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소음피해 인구수와 소음보상 및 소음대책사업들에 따른 비용 감소 등을 선정 기준에 포함시켰고, 넓은 대지를 갖고 있는 화옹지구가 소음피해 대책을 세우기가 용이해 군공항 입지로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군공항이 이전할 화성시는 지역주민들이 군공항 소음 유발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된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이로인해 당초 2024년까지 이전을 목표로 한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은 5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가장 속앓이를 하고 있는 곳은 수원시다. 갈수록 상황이 꼬이며 화성시와의 갈등이 점차 복잡·다양해지자 수원시는 2019년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유치라는 군·민간공항 통합 운영 카드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군공항 이전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화성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간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 7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군공항 이전사업은 일개 지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매머드 급' 국책사업이다. 그간 국방부는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은 지자체 자율에 맡겨진 것이라며 남의 일인 양 뒷짐만 져왔다. 정치인들도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님비 현상'을 부추기며 지명도를 올리는데 급급했다.

팔짱을 끼다시피했던 국방부가 태도를 바꾸고 있다. 뒤늦게 군공항 이전 추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얼마남지 않은 군소음보상금 지급을 코 앞에 두고 '돈 문제'로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민간 항공기 소음보상의 경우엔 항공사가 착륙료의 75%(연 500~600억원)를 부담한다. 나머지 25%는 국고지원금과 항공기소음부담금과태료에서 지불된다. 이에 비해 전투기 소음보상은 매년 100% 국민혈세가 모인 국가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수원 군공항(10전투비행단)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종결된 161건의 소송에서 무려 1649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소음피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소송 제기 원고수(64만3342명)와 확정판결된 배상지급액 규모만 보더라도 광주(1전투비행단), 강릉(18전투비행단) 등 전국 군공항 9곳 중 대구(11전투비행단)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이 보상금은 군소음보상법이 제정되기 전 지급 금액이다. 내년 1월부터 법 개정안 절차에 따라 별도의 보상금 청구 소송 없이 3만4000명에 달하는 지급대상에 소음배상액이 매년 지급될 경우 수원군공항은 일명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렇듯 군공항 소음 보상금이 결국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국방부는 '소음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안)'에 '소음저감 대책'으로 끼워두었던 '군공항 이전 추진 전략 카드'를 다시금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수원군공항 이전은 수원시와 화성시의 노력만으로 풀릴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이제 부터라도 국방부와 국토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지자체 간 지역 갈등요인으로 잠재돼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풀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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