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6.11 18:32

안전관리본부장 자리 반년째 '공석'…장애인 승객, 이산화탄소 중독 사망 등 사건·사고 잇달아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처)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올들어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설을 이용 중인 승객이 숨지고 작업 중인 직원들이 다치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사는 작년말부터 안전분야를 책임지는 본부장을 반년째 공석으로 두고 있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는 비판을 받을만한 상황이다. 

지난 3월 9일 서울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지하철 7호선 상동역 지하1층 변전실에서 작업 중 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불이 나 소화용 CO₂(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로 인해 화장실을 이용 중이던 장애인 유 씨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 50여명과 역무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유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화장실 안 휠체어 앞에서 쓰러진 유 씨를 발견해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이 유 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국과수로부터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는 내용의 부검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소화설비가 작동하면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에 의해 유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1일 도봉차량기지(서울교통공사)에서 작업을 하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작업 중 손가락이 협착 되는 사고를 당했다. 6월 2일에는 을지로3가역 엘리베이터 유지관리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손가락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처럼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작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공사는 안전을 담당하는 자리인 안전관리본부장을 지난 2020년 12월 말부터 공석으로 남겨 놓고 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당시 안전관리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던 심재창 본부장을 기술본부장으로 발령 내면서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재까지도 안전관리본부장 자리를 비워 두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서열상 안전관리본부장이 기술본부장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대폭 강조된 현실에서 김 사장이 이에 역행하는 인사 발령을 낸뒤 뒷수습마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교통전문가는 "오는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3월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작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인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