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6.17 15:05

'900억 배임 혐의' 재판 진행…SK 측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 기업활동"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제공=SK그룹)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9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최고경영진이 한데 모이는 하반기 전략 회의에 참여하며 차질 없는 경영활동을 이어간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조 의장은 오는 2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여 경영현황을 논의하는 연례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SK그룹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경영 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사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장은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산하에 전략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 등을 총 7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협의회 의장은 'SK그룹 2인자'로 불린다.

조 의장은 취임 이후 매년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을 모색해왔다. 그는 지난해 확대경영회의에서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가시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빠르고 과감하게 만들어 나가자"고 주문한 바 있다.

조 의장은 SK그룹에 합류한 이후 지주사 전환을 주도하며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시키는 업무를 주도했다. 지주사인 SK㈜를 투자전문회사로 탈바꿈시킨 것은 물론, C&C와의 합병, OCI머티리얼즈·LG실트론 인수, SK 바이오팜 육성 등 굵직한 투자를 지휘했다.

하지만, 최근 조 의장은 SKC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자본 잠식에 빠진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자하도록 해 SKC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주회사격인 SK㈜의 재무팀장을 지낸 2012년에도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가 199억원 상당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SK텔레시스의 대표이사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으로, 검찰은 최 회장과 조 의장이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져 조 의장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조 의장의 변호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피고인들이 아는 한에서 공소사실의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행위가 배임으로 판단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츰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텔레시스가 2015년 SKC의 유상증자 후 이듬해부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기업회생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당시 유상증자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그룹 내부적으로도 당시 유상증자는 피해를 입은 곳이 아무 데도 없기에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 기업활동으로 보고 있다"면서 "따라서 향후 조 의장의 경영 행보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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