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6.20 08:00

SRT, 동탄~수서 7400원에 지역 주민 버스 선택…유정훈 교수 "홍콩처럼 'R+P 모델' 도입 해결책"

GTX 노선도 (사진제공=이천시)
GTX 노선도 (사진제공=이천시)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수도권 교통망의 최대 관심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이다. GTX를 타면 수도권에서 서울까지의 이동시간이 2~3시간에서 20~30분 내로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선 GTX 요금이 현행 지하철 등을 이용할 때보다 2~3배 비싼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물가 상승추세 속에 정차역 증가가 예상되고 현재로선 할인권 계획 등이 없다는 점으로 인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제시하는 요금이 향후 상승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SRT 고속철도처럼 경쟁 대중교통보다 비싼 요금 책정으로 인해 승객이 없다면 GTX 운영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신분당선과 SRT 등 민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요금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책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급 대중교통 수단이 도입된뒤 적자가 쌓이면 정부와 지자체도 팔장만 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버스업계에 지자체마다 적자보전을 위해 자금 지원에 나서는 사태가 GTX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전문가들은 GTX요금이 현 시점에서 최소 5000원에서 최대 7000원 수준에서 요금이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GTX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적절한 요금 체계 정비와 함께 정기권 발매 및 환승 할인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정차역 증가 등 상승 요소 많아…요금 비싼 SRT는 '외면'

정부가 오는 2023년 이후 GTX 개통에 앞서 3개 노선을 포괄하는 적정 요금 검토에 나서면서 철도요금이 어느 수준으로 형성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GTX는 일부 구간(GTX-A)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된다. 민자사업 특성상 기존 재정사업에 비해 요금도 자연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국가 재정사업인 분당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민자사업인 신분당선 요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기본운임은 10㎞ 이내 1250원이다. 신분당선 요금은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10㎞ 이내 1250원)에, 별도운임(1000~1300원)을 더한 2250~2550원 수준이다. 

특히 GTX-A노선과 C노선은 BTO(건설-이전-운영)사업으로 진행된다. 이 방식은 정부가 소유권을, 민간이 운영권을 갖는 구도로 짜여진다. 민간기업은 당연히 운영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높아질 개연성이 높다.

오는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A노선의 경우 BTO 방식의 설계·시공 범위는 파주에서 삼성까지 43.6㎞ 구간이다. 나머지 구간(삼성∼동탄)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한다. 민간의 운영 범위는 파주에서 동탄까지 83.1㎞ 구간이다.

GTX-A 사업자 신한은행 컨소시엄(DL이앤씨 등)이 제시한 요금은 파주~삼성(43.6㎞) 1회 편도 3900원으로 알려졌다. 킨텍스~서울역 구간은 3500원을 제시했다. 주요 구간의 하루 왕복 요금 최소 7000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한 달간 GTX로만 통근한다면 (22일 기준) 최소 15만4000원에서 최대 17만1600원이다.

물론 최종 요금은 개통 6개월 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개통시점에 운임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각 지자체들이 GTX 정차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차역이 늘어나면 운임 요금도 더욱 상승할 예정이다. GTX 정차역이 초기 계획보다 늘면 사업비용이 확대돼 결국 요금은 더 높아지게 된다. 

최근 서울시는 '시청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왕십리역' 등의 추가 신설을 국토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자체들도 계속해서 정차역 추가를 요청하는 실정이다.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내부에서 불합리한 환승체계와 불필요한 환승통행을 유발시켜 이용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환승역사 부족에 따른 기존 지하철 역사의 과포화와 혼잡을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GTX 노선에 왕십리, 동대문 등 3개역 신설을 건의한 서울시와 입장을 같이한 바 있다.

우 위원장은 "서울시가 역사 신설을 요구한 것은 GTX로 서울에 진입한 분들이 보다 편리한 환승을 위한 것"이라며 "현재 GTX 계획은 서울역 등 광역철도 중심에 정차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수행한 GTX 노선별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노선의 경우 서울역과 삼성역에서 하차한 승객의 91% 승객이 다른 대중교통으로 환승해서 서울시내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도심 진입 이후 1, 2차 환승이 이뤄지는 실제 통행패턴을 고려하면 서울 시내 진입 후 최종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승거점에 GTX가 추가적으로 정차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노선별로 8~29%의 통행시간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요금 상승이 교통수단 이용률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단연 SRT 고속철도다.

2016년 12월 개통한 SRT는 수서발 고속철도로 서울 수서역에서 동탄역까지 일반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14분으로 단축할 수 있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SRT역과 가까워도 동탄, 평택 시민들은 평소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SRT 일반실 기준 요금은 동탄~수서 구간 7400원, 지제~수서 구간 7600원으로 버스나 지하철 등과 비교조차 안된다. SRT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면 교통비로 하루 최소 1만 4800원으로 월 32만5600원(22일 출퇴근 기준)을 지출해야 한다. 직장이 수서외 다른 지역이면 지하철, 버스를 환승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교통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출퇴근 교통수단으로서 SRT는 동탄, 평택 등의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일산대교와 여의신월지하차도에서 볼수 있듯이 과도한 요금책정은 시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업체는 본질적으로 수익을 위해 경비를 부풀리고 이익을 최소화한다. 합리적인 금액을 위해 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신설된 교통편의수단은 시민들로서는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시민들로서는 불합리하다. 일단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가격으로 시작한 다음에 적자여부를 확인하고 요금인상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분당선 운임 계산방법 및 할인율 적용 기준. (사진=최승욱 기자)

요금 비싼 신분당선도 노인무임승차 영향 적자 누적

현재 우리나라 대중교통, 특히 도시교통 및 광역교통의 운임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신분당선 조차 매년 누적적자가 쌓이는 실정이다. 포퓰리즘에 기초한 요금인하 유도 정책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조 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서울 지하철의 원가 보존율은 매우 낮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만 봐도 서울 지하철 수송원가가 시민 1명 당 평균 1440원 정도였다. 그 당시 평균 운임은 1명당 936원으로 원가 보전율이 66% 수준이었다. 승객 1명당 504원 적자가 났던 셈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승객이 더 줄면서 수송원가가 평균 2061원으로 상승했으며 원가 보전율은 46%까지 내려갔다. 2018년에 세계 도시 지하철의 원가 보전율 통계에 따르면 서울이 73%인데 반해 영국 런던과 홍콩, 미국 지하철은 이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시 지하철 요금은 6년째 동결중이다.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신분당선도 적자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분당선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34억원, 당기순손실이 5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신분당선은 운영 적자를 이유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 방안이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부, 신분당선(주) 등에 따르면 현재 무료인 신분당선의 만 65세 이상 노인 요금을 일부 또는 전면 유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2005년 정부와 '민자 사업 협약'을 맺을 당시 '개통 5년 후 요금 문제를 재협의한다'고 합의해 2017년에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추진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경영 상황이 악화된 만큼, 노인 운임의 유료화 추진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노인 무임승차로 해마다 3000여 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한 누적 적자가 2040년에는 14조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비로 보전해도 어차피 세금이 늘어가는 만큼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해 무임승차 연령의 단계별 상향이나 유료 시간대 지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교통선진국인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에 소득 수준에 따라서 할인 폭을 모두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을 빼고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현재로써는 진행 되지 않았지만 GTX도 만일 현행 수도권 전철처럼 '노인 무임승차'를 실시하게 될 경우 사업 채산성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아 운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은 GTX 요금 산정시 노인 등 무임수송 문제와 함께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에 대한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에도 큰 적자 원인중의 하나가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무임수송 비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정산하느냐가 요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수도권 모든 대중교통수단은 환승할인이 되고 있는데 GTX 이용객도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결국은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다만 "환승할인이 될 경우에는 기본요금이 낮은 다른 교통수단 운영주체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GTX A 정차역으로 공사중인 파주 운정정거장. (사진제공=GTX-A)

적정수준으로 가격 올리고 별도 할인 혜택 제공해야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권 발매, 환승 할인 등 별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GTX-A 노선에 정기권 할인은 적용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권 혹은 정액권과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운임이 수요예측과 민자사업자 측의 수익률 등을 고려한 요금 수준인 만큼 정기권 도입은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용역연구를 맡긴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요금체계가 어느정도 완성이 된 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은 ▲서울 전용 정기권 ▲거리비례용 정기권 ▲조조할인 ▲코레일 정기 승차권 등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GTX 운임이 편도 기준으로 7000원까지 뛸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몇년 후엔 1만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민자사업은 처음 시작엔 저렴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적자가 누적되면 금액은 무조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고속도로가 4500원으로 통행료가 시작했지만 7500원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6500원이다. 무조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연락을 통해 "국내 대중교통 요금은 원가 이하로 책정돼 있다"며 "현재 GTX 요금은 더욱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삼성 구간 기준 M버스가 2800원일 때 GTX는 현실적으로 5000~6000원 그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운임 요금은 적정수준으로 더 올려야한다"면서도 "출퇴근하는 정기 이용자에게는 정기권 등으로 기존 가격에서 30% 감면된 할인 혜택을 주고 이용자가 적은 낮 시간에는 유휴상태  방지를 위해 할인된 요금을 책정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현재 업계가 제시한 요금 체계로 앞으로 운영하는데 있어서 결국 어려움이 생길수 있다"며 해외 국가들처럼 'R+P 모델'(Rail + Property model) 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교통 운영기관이 직접 역세권이나 버스 공영차고지를 개발하고 그 수익을 이용해 운영적자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홍콩 도시철도공사 MTR의 철도(Rail)와 부동산(Property) 개발을 연계한 R+P 모델이다. 

MTR은 대중교통 운영기관 중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관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MTR의 대주주인 홍콩 정부는 MTR에 역사의 입체 복합개발권과 역사 주변의 공공토지에 대한 개발권을 이양하고, MTR은 민간 경쟁입찰을 통해 주택이나 상가를 개발해 판매 수익이나 임대료 징수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한다. 최근에는 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분양가구 수의 3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건설하고 있다.

MTR 모델을 서울시에 적용하면 서울교통공사가 주체가 돼 건설 예정인 경전철과 GTX의 역사와 역세권 부지를 입체 복합개발하고 개발이익을 민간으로부터 환수해 지하철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운임 가격이 지금보다 올라가야 할 것"이라며 "향후 GTX 공모사업에는 홍콩 MTR같은 사업처럼 지하철 역세권에 민간 운영사들도 참여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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