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2 17:41

박근혜 대통령과 이란 로하니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총 66건에 이르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양국간의 교류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이번 방문으로 456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으며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코리안·이란 데스크’를 설치, 각국의 기업들의 진출과 투자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먼저 철도·도로·수자원 등 이란의 인프라 건설 분야에 총 116억 달러 규모, 7개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기업 수주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국토교통부와 이란의 도로도시부는 철도·도로 등의 인프라 협력 MOU를 체결했다. 53억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건설사업'에 대한 가계약이 채결됐으며, 10억달러 규모의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17억 달러 규모의 ‘차바하르-자혜단 철도’ 공사도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 

연 평균 강수량이 300mm에 불과한 대표적인 물부족 국가라는 점과 관련, 수자원 사업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국토부와 이란의 에너지부는 수자원 개발과 스마트 물관리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담은 MOU를 체결했으며, 한국수자원공사와 이란 상하수도공사는 ICT 기술을 활용한 수도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 물관리 시범사업’ MOU를 체결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국내 병원 및 의료·제약 업체 등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와 한국 수출입은행은 이란 보건부와 MOU를 체결해 샤히드 라자이 병원, 나마지 병원, 마흐디 병원, 테헤란 의과대학병원, 파디스 병원, 타브리즈 의과대학병원 등 이란의 6개 대형병원 건립사업을 한국기업에 배정키로 했다.

또한 제약 산업에서는 희귀질환치료제, 불임치료제 등 바이오제품과 수액 공급 등 총 5개의 MOU를 체결해 5년간 3,600억원 규모의 수출이 가능해졌다. 또한 원주테크노벨리, 코리아메디컬홀딩스, 이란 현지 업체와의 의료기기 복합단지 조성 및 기기 생산 MOU 체결 등으로 7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에서도 활로를 확보했다. 해양수산부가 이란 당국과 교섭을 한 결과, 국내 해운기업 선박이 이란의 항만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게 됐으며 해외 송금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또한 항만개발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 우리 기업의 이란 항만시장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및 ICT 산업과 관련해서도 양국간 협력과 국내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란 과학연구기술부와 함께 ‘과학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현지 대표 정보통신 투자기관인 'TEMInvest'와 기술 공동개발 및 상용화 MOU를 체결했다. 

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테헤란대학과 연구협력 MOU를 체결해 미세조류(해수·민물 서식 단세포 광합성 생물)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현지 대학·연구소와 MOU를 맺어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국내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 및 시장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KT는 이란 1위 통신업체 TCI와 손을 잡고 초고속통신망 설치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며, SK텔레콤은 이란 에니저부 및 가스공사와 협력, 15개 빌딩에 IoT(사물인터넷) 전력제어 기술을 공급하고 5000세대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가스검침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홈 기술 제휴를 맺는다. 

식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에서도 실무적 차원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란 식약청과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안전관리에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MOU에 따라 이란 현지에 ‘한국 화장품 홍보관’을 설립하는 등 국내 화장품 업체의 진출을 돕는다. 세계 7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히는 이란의 현지 수요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다. 

이 밖에도 양 기관은 ▲화장품 제조소에 대한 현장실사 면제 ▲‘의료영상 획득장치’를 의료기기로 분류·관리 ▲1등급 의료기기에 대한 CE 인증서 제출 ▲수입통관 서류 공증 절차 생략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은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 측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의미있는 국가"라며 "이번 이란 방문은 제2 중동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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