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6.23 18:51

최균 교수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 방향으로 복지 개혁 추진해야"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일자리연대 창립 기자회견 및 정책 토론회'의 발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일자리연대 창립 기자회견 및 정책 토론회'의 발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노동법과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병들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일자리연대 창립 기자회견 및 정책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대한민국 노동개혁은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발제자인 전문가들이 일자리 문제를 산업개혁, 교육개혁, 고용개혁, 노동개혁, 복지개혁의 분야로 나눠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동개혁 분야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박물관에 가야 할 노동법'을 가졌다"며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은 아직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매우 시대착오적인 규범이다. 부당노동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기업의 경제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 간 갈등이다. 이를 형벌로 해결하려는 의도 자체가 넌센스다. 경찰국가나 야경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현행 노조법상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참고로 우리나라 노동입법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의 경우 전전(戰前)의 구노동조합법에서 우리와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었지만, 이후 폐지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주의 대신 원상회복주의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뿐 아니라 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책임자를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역행하는 입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과거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벤치마킹해 입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현재는 벌금형만 하는 중이고, 그마저도 양형이 점점 낮아져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러한 법이 우리나라에서 부활한 것이다.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노사관계에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분쟁은 가급적 노사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권력이 개입하여 형벌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러다가 노동법상의 대원칙인 노사자치의 원칙이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사분쟁은 노사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최근 통상임금이나 사내도급 관련 파견 분쟁을 보면 노사문제를 사법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며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시시콜콜한 분쟁까지 법적 판단에 의존하는 소위 '노동의 사법화(司法化)'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를 한층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일자리연대 창립 기자회견 및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일자리연대 창립 기자회견 및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복지개혁 분야 발제를 맡은 최균 한림대 교수는 "선진국들은 국가 주도의 소득 보장에서 벗어나 근로연계복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우리나라도 소득 보장이나 공공일자리 창출보다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하고,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복지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제개혁 분야 발제자로 나선 김주훈 KDI 연구위원은 "한국의 비교우위가 노동력에서 지식으로 전환되었음에도 노동 및 교육 등 인력 정책은 여전히 산업경제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며 "지식경제의 특성인 자율성, 다양성, 유연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규범이 재구축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용개혁 분야 발제자인 김동배 인천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최근 OECD 전체 및 주요 국가들에서 청년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의 규제 확대·강화, 특히 노동 관련 제반 규제 등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고용 정책의 개혁을 촉구했다.

교육개혁 분야 발제자로 나선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 문제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문제"라며 "교육 분야와 노동시장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선 기성세대가 정해 놓은 틀에 맞추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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