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6.25 18:25

이커머스 업계, 네이버·쿠팡 양강 체제서 삼파전으로

(사진=전다윗 기자)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 오프라인 유통 공룡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선도적 사업자로 부상한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역량과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해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고객 삶 전반을 책임지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양사 통합 매입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 그야말로 '완성형 이커머스'를 이룩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거점과 이베이코리아와 SG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 최근 인수한 SSG랜더스 야구단까지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이러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업계의 확고한 1위 자리에 오른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범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신세계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하위권을 맴돌던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하며 단숨에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커머스 양강 네이버, 쿠팡과 견줄 수준까지 단숨에 성장이 가능해졌다. 2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재편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지난 24일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3조 4404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약 20%는 이베이 본사가 그대로 보유한다. 

◆"온라인 관련 고민, 끝나지 않았다…장기 비전 설정 중요"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자사의 부족한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였지만 그간 이커머스 시장에선 이름값을 못했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거래액은 약 4조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에 그쳤다. 업계 1위를 다투는 네이버(점유율 17%), 쿠팡(13%)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러한 이유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에 달한다. SSG닷컴과 합하면 15%로, 단순 계산하면 점유율 2위까지 뛰어오른다. 이커머스 업계의 조연에서 단숨에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된다. 이 때문에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 강점을 지닌 신세계와 온라인에 최적화된 이베이코리아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300만명에 달하는 '스마일클럽' 유료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스마일클럽은 연회비 3만원의 이베이코리아 멤버십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는 부족했던 물류 배송 경쟁력을 신세계의 도움을 받아 제고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베이코리아와 SGG닷컴을 합병해 하나의 법인으로 신세계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양질의 기술력과 인력 풀 등 무형자산을 이번 인수로 확보하게 됐다. 이를 이커머스 사업에 접목하면 플랫폼 고도화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과감한 투자로 이커머스 업계 '삼분지계'에 성공했지만 아직 그것뿐이다. 이커머스 패권 다툼은 이제 시작이다. 경쟁할 힘은 생겼지만, 방향이 문제다. 3조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만큼 명확한 장기 비전 설정과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를 통해 절대적인 거래액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관련 고민이 완벽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1+1이 2+α가 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M&A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상당한 재무 부담을 안고 인수를 진행한 만큼 앞으로 어떠한 온라인 전략을 제시할 것인지, 이에 따른 시너지가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에 따라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방향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이번 인수를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맞다"면서도 "규모 확대 효과 외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래액 성장률 개선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의 방향성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2위지만 올해 혹은 내년에 다시 3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패권 다툼, 이제 시작…네이버, CJ그룹과 혈맹 관계 맺고 배송망 강화

경쟁자인 네이버, 쿠팡과의 경쟁도 녹록지 않다. 이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이커머스 패권을 호락호락 넘기지 않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4000만명이 넘는 압도적 회원수를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군림 중인 네이버는 최근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해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맺었다. 자체 배송망이 없다는 자사 약점을 CJ대한통운의 물류 역량으로 극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빠른 배송이 이커머스 핵심 경쟁력이 된 상황이다. 자체 배송 역량 부족은 항상 네이버의 한계점으로 거론되어 왔다. 

네이버는 지난 20일 CJ대한통운과 함께 경기도 군포에 1만 1000평 이상의 상온상품 전용 e-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했다. 풀필먼트란 주문, 포장, 배송, 반품, 재고 관리 등 물류 과정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다. 배송 시간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오는 8월에도 경기도 용인에 5800평 규모의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5조원 상당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전북, 4월 경남, 5월 충북, 6월 부산에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올해 국내 물류센터 신규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금액만 1조원을 넘겼다. 

OTT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부터 자사 유료 멤버십 '쿠팡와우' 가입자에게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손흥민, 김연경 등 국내 인기 스포츠 스타들의 경기를 중계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여념 없다. 고객들이 쿠팡 플랫폼을 떠나기 어렵게 묶어두는, '록 인(Lock-in)' 효과를 노린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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