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6.27 10:32

"능력 있는 차남·삼남에게 물려준 대기업집단 유의미한 성장"

(자료제공=CEO스코어)
(자료제공=CEO스코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성장률이 오너가 없는 대기업집단에 비해 성장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 중 장자에게 승계한 그룹보다 능력 있는 자녀에게 물려준 대기업집단의 성장률이 월등히 높았다.

27일 CEO스코어가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대비 2020년의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공정자산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26곳의 자산은 평균 407.6% 늘어난 반면 오너가 없는 4곳은 26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너가 있는 그룹 중에서는 신세계가 10년 간 자산이 1340.8%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부영(1009.5%)과 CJ(628%), 롯데(605.5%), 현대차(581%) 등 그룹도 자산이 500% 이상 늘어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같은 기간 자산이 50.3% 증가하는데 그쳐 성장률이 가장 저조했다. 한진(57.7%)과 네이버(105.4%), 셀트리온(153.7%), 두산(165%) 등도 자산 성장률이 오너 그룹 평균을 하회했다.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롯데가 605.5% 성장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시현했다. 현대차(581%)와 삼성(554.5%), 한화(534.1%), 현대중공업(518.1%)도 6배 이상 고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SK(405.6%)와 GS(261.5%), LG(191.2%)의 성장률은 평균을 하회했다.

그룹 승계 형태별로 장남 또는 장녀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비교에서도 자산 성장률이 차이를 보였다. 장남·장녀 승계 그룹은 자산 성장률이 평균 325.7%에 그쳤으나 나머지 그룹의 평균 성장률은 572.1%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5대 그룹 중 장남·장녀 승계 그룹은 298.4%, 나머지 그룹은 580.3%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는 장남·장녀가 경영권을 승계해야 한다는 유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자녀를 후계자로 선택했던 창업주들의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능력 위주로 경영권을 승계한 주요 그룹들은 오너 리더십을 중심으로 양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차남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지주 전신 정책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이후 40건 이상의 국내외 인수합병, IPO 확대, 글로벌 진출 등 그룹 사업 확장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대신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본격 뛰어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그룹 자산은 연평균 8.9% 성장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도 장남 고 이맹희 제일비료 회장과 차남 고 이창희 새한그룹 창업주 대신 경영 수업에서 성과를 보인 삼남 고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정했다. 삼성그룹은 2000년 이후 고성장을 거듭해 20년간 6.5배 커졌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회장은 1991년 현대차 최초의 SUV 차량인 갤로퍼를 성공시키면서 입지를 다졌고 1997년 IMF로 경영위기를 맞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사 기간 581%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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