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01 19:02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시간을 2002년 12월로 돌려보자.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통령 경선 후보는 지지율 2%에도 못미친 고졸 영남출신의 '군소후보'였다. 부동의 1위 대세는 이인제 후보였다. 

노무현 후보의 당내 경선과정은 험난했다. 정동영, 한화갑 등 기라성 같은 경쟁자들과의 전투를 치르며 장인의 좌익활동과 관련해 음모론과 색깔론으로 집중포화 마저 맞았다. 하지만 노 후보는 '특유의 직설화법'을 통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며 정면돌파를 시도했고 단번에 당내 여론을 뒤집었다.

결국 노 후보는 카리스마 있는 연설로 연일 화제를 불러 모았고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며 그 힘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여권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 지사를 제외하고 경선을 치르는 대부분의 군소후보들이 원하는 '롤모델'이 바로 2002년 노무현이다.

현재 민주당 대권주자 '1강'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 지사는 1일 "자랑스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 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 정부로 국민 앞에 서겠다"며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지사 입장에선 압도적 지지율로 대세론을 이끌며 원사이드하게 경선이 흘러가야 유리하겠지만 야당에게 지지율과 국민 관심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인 민주당에선 '흥행'이 절실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탄생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 등 야권의 행보는 계속해서 국민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회에만 하루 온라인 방문자가 33만명에 달하는 등 국민과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 경선에 참여하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다. 민주당은 뚜렷한 흥행 카드가 없이 김빠진 경선으로 마무리될까 우려하고 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레임덕 대통령의 허물까지 끌어안고 야당과 싸워나가야 한다. 더욱이 야당의 1위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조차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렵다는 점도 고민이다. 강훈식 대선기획단장은 "유권자가 재밌고 후보자는 괴로운, 야권이 무서워할 만한 경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딱히 눈에 잡히는 것은 없다.

결국 역동적 경선 흥행을 위해서는 '잃을 것 없는' 군소후보들의 활약상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경선 결선투표까지는 아직 2달 넘게 남았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경선의 시간은 다른 시간이랑 차원이 다르다. 

컷오프부터 이변이 속출할 수 있다. 경선 후보 9명가 만들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이들 '다크호스의 반란'과 '군소후보들의 새로운 발상'이 이번 경선의 화두가 돼야만 무난한 1강 이재명 후보를 흔들 수 있다.

당장 '5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박용진 의원은 예비 경선 때 50%가 반영되는 국민 여론조사 대상을 현재의 당 지지층뿐 아니라 야권 지지층까지 확대하자는 파격적인 당헌 개정안까지 제안했다.

이 제안은 과거 노풍(노무현 돌풍)을 불러일으킨 파격적인 룰을 연상하게 한다. 2002년 당시 대의원 20%+당원 30%+일반 국민 50%로 치른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를 신청한 유권자는 184만 명에 달했다. 

이 중 3만 5000명이 일반 국민 50%에 배정됐다. 경쟁률만 52 대 1정도였다. 파격적 룰 도입은 노풍이 이인제 대세론을 격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경선은 한국 정당 경선 역사에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한 첫 사례로 꼽힌다.

이광재 의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선거운동 계획을 전하며 선거 후원금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계획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이내믹한 경선은 이런 참신한 발상에서 비롯된다. 국민적 관심은 물론이다. 군소후보들의 활약상이 전개가 된다면 민주당의 경선은 예상외로 흥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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