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7.02 05:30

수출 호조 속, 수익성 '빨간 불'…수출기업, 완제품 가격 인상 등 대응 부산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이 현지 야드에 적치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이 현지 야드에 적치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장진혁·김남희 기자] 끝없이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내 제조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과 국내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내수 진작으로 하반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수익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석유화학과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올해 하반기 제품 가격 인상 등 수익성 확보 대응에 부산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은 쾌조의 질주를 거듭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액은 3032억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6.1% 늘었다. 수입은 2851억1000만달러로 24.0% 증가했다. 상반기 수출액 3000억달러 돌파는 사상 처음이며, 수출 증가율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반기도 호조세는 이어질 것으로 낙관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하반기 13대 주력 산업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 늘어난 2438억달러를 거둘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올해 연간 13대 품목 수출액은 4749억달러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264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 6049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코트라는 올해 수출액 규모가 전년보다 최대 19% 증가한 6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자료제공=산업연구원)
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자료제공=산업연구원)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출액이 늘더라도 원자재 비용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추락하면, 기업으로서는 한 해 장사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의 가파른 증가로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상반기 61.6달러, 하반기 66.5달러를 기록, 연간 64.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작년 말 대다수 기관이 예측했던 배럴당 40∼56달러에서 대폭 상향 조정된 수치다.

철강제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5월 12일 톤당 237.57달러의 역대 최고치 경신 후 최근 톤당 210~220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할 때 원자재 부담은 크게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4.08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철광석은 물론, 구리 등 철강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석유화학·항공·해운, 천정부지로 오르는 유가에 '울상'

국제 유가의 상승은 곧 석유화학과 항공, 해운 업계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하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초 한파로 가동을 멈췄던 미국 화학 설비가 정상화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시설 증설계획이 완료되면서 공급량이 대폭 늘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항공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에 더해 항공유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77.40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91.4% 올랐다. 특히 전달과 비교할 때도 5.5% 상승하는 등, 당분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약 339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76억원, 69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연료비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선 시장에서 이마저 어려워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올라 편도 기준 4800~3만6000원이 부과되는 등 소비자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부담이긴 해운 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지난 1분기 연료 비용으로 208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입액 5000억원의 41.6%에 달하는 수준이다.

◆'슈퍼 사이클'에도 못 웃는 조선…자동차·가전은 가격 인상 '불가피'

원자재 가격의 상승 여파는 조선과 자동차, 가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조선 업계는 이른바 10년 주기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조선 '빅3'인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올해 수주 목표액 149억 달러의 61%에 해당하는 91억달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51억달러 규모 수주에 성공해 올해 목표액의 5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5억4000만달러 수주로 올해 목표액 77억달러의 33%를 채웠다.

하지만, 이미 조선 업계에 철강재 인상 부담은 현실화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철강재 가격 인상을 꼽았다. 회사 측은 "철강재 가격 인상 폭이 당초 예상을 두 배 이상을 넘어 119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몇 차례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조선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후판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완성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기아와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들은 6월부터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철강 업체가 자동차용 강판의 납품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경우, 출시를 앞둔 신차 모델의 출고가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한다고 해도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계속 오르면 결국 못 견디고 차량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변수들로 코로나19의 여파를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자동차 산업의 전망은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가전 업계에선 컬러 강판의 가격이 폭등하며 이를 사용하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국제강·KG동부제철 등 관련 업체들은 6월부터 컬러 강판을 20만원 인상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시하면서도 소비자와 약속한 출고가는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폭등하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염려해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주력 제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에서 회복되자, 이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급망 내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취약 부문 보완과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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