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05 17:23

재입찰 통해 2000억 낮춰…대우건설 노조 "특정 업체 밀어주는 배임"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대우건설이 재입찰 끝에 본입찰 승자인 중흥건설 품에 안기게 됐다. 인수가는 6월 본입찰 당시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 낮아졌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지분 50.75%)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2조1000억원이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 측이 자금 조달계획 등에서 본계약까지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흥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이대현 KDBI 대표는 "매각 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약 500억원의 입찰 보증금 내야 한다.

이번 매각에서 KDBI가 수정 인수가격을 받은 것을 두고는 '매각 작업이 원칙 없이 번복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각각 인수가로 제시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KDB인베스트먼트와 구체적인 인수 방식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29일 중흥건설이 인수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입찰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입찰 요건을 충족한 어느 제안자가 가격 및 비가격조건 일부에 대해 수정 제안을 해와서 다른 제안자에게 기제출한 제안 조건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정 요청을 한 제안자(중흥건설)는 가격 조건 뿐만 아니라 조정 사유, 실사 이후 발견 사항에 대한 손해 배상 등 비가격조건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흥건설이 사후적으로 가격을 낮춘 행위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매도자(KDB인베스트먼트)는 원하지 않지만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원매자에게 있음을 매각 공고에 기술했다"며 "이 매각을 진행하면서 사전 입찰 공고, 예비입찰 등이 없이 실시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흥건설은 경쟁 회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응찰하지 않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 가량 높은 가격을 써 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인수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수정 제안'을 했다.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정 제안을 주도한 것은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다. 이번 인수전은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 주도로 이뤄졌다. 당초 중흥건설은 2조원 안팎에서 인수가가 결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호반건설이라는 변수를 감안해 3000억원을 더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본입찰 결과를 본 정창선 회장이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재입찰을 주도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에 해당한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서 최대 변수는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 규모다. 대우건설의 수주잔고 38조원 가운데 8조원이 해외 사업이다. KDB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 산업은행은 지난 2017년 공개 매각을 통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었는데 호반이 해외사업장 부실을 문제삼으로 인수를 철회했다. 2019년 산은은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대우건설 지분을 넘겼다.

중흥건설은 해외사업 부실을 국내 주택 사업 흑자를 통해 메울 수 있다고 봤다. 반면 DS네트웍스는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보상해줄 것을 KDB인베스트먼트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2020년 매출은 8조1400억원, 영업이익은 5600억원이다. 특히 4분기에는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삼성물산(1400억원), 현대건설(900억원)을 제쳤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중흥건설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그룹 내 시공 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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