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14 17:17

서울 노후 아파트값 상승률, 신축 APT 2배…끝내 폐기된 '실거주 2년 의무' 방침 여파

서울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서울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재건축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서울의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노후 아파트를 품은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1∼6월 주간 누적 기준 3.06%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이 1.58%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이 3.78%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동북권 3.15%, 서남권 2.58%, 서북권 2.13%, 도심권 1.48% 순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권'으로도 불리는 동남권에는 압구정·대치·서초·반포·잠실동 등에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다. 이들 단지가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 동북권에는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고 서남권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다.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면 가격이 껑충 뛰는 특성이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정부가 작년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 규제를 피하려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등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것도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다. 오세훈 시장은 당선 직후 재건축 아파트값 과열 우려가 커지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4개 지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실제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면적 210.1㎡(68평형)가 지난 9일 최고가인 66억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47억 8000만원(5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고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1년 사이 18억 2000만원이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물이 사실상 사라진데다 준공 37년된 노후 아파트여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51㎡(36평형)도 5월 28억 1100만원(13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올 1월 23억원(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동안 5억원 넘게 올랐다. 1978년에 사용 승인이 난 이 아파트 단지는 준공 44년차의 노후 아파트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작년 6·17 대책의 핵심 내용인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을 백지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정은 당시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잡겠다면서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재건축 후에 분양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책 발표 직후부터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토지거래허가제 등 더욱 강력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 세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국토위는 상임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실험한 것이냐", "실거주 요건 채우려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하고 들어간 집주인들이 멘붕이란다" 등의 분노에 찬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내놔 오히려 전세난만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실효성 없는 규제 정책으로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애꿎은 전세민들만 피해를 봤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애초 이 법안을 안 만들었으면 집값 부추기는 역할은 안했을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들도 효과를 다시 검토해 필요하다면 이 처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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