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7.17 09:30

현실화된 전기차 쇼크…"현 상태라면 외투 3사 EU 시장 포기할 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EU는 14일(현지시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2021년 대비 55%까지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EU 시장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수출량은 총 17만2921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17.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EU 시장이 전체 자동차 수출량의 절반가량(56.3%)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제외한 외국계 투자 완성차 3사(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는 현재 친환경차 개발 및 생산 계획조차 불투명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친환경자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6만0936대가 팔린 '니로EV'를 포함해 '아이오닉5', '아반떼 HEV', '쏘렌토 HEV'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모델이 견인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상반기 수출은 656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본사인 르노그룹으로부터 수익성 개선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경우 올해 하반기 전기 SUV인 '볼트 EUV'를 국내 선보일 예정이지만, 수출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2035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밝혔지만, 한국지엠은 아직 전기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GM 본사를 방문해 친환경차 배정을 요구하고 2021년 임단협 요구안을 통해 부평공장의 전기차 투입을 제시했지만, 7년 연속 적자 속에서 사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쌍용자동차는 준중형 SUV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6월부터 양산에 돌입해 10월부터 유럽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속 전기차 모델 개발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향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기업회생절차의 결과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2030년부터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전기차로 라인업 변경을 추진하고, 2040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전면 전기차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EU의 계획에 따라 시간표를 앞당길 필요는 있지만, 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을 전환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이번 EU의 발표로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감이 현실화됐다"고 단언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전동화 중심으로 기업을 탈바꿈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어 그렇게 큰 걱정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외투 3사로, 이들은 현재 상태라면 EU 시장을 포기하는 등 수출길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교수는 "EU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빠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자동차업체가 저탄소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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