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7.19 15:53

현대차 노사 합의 불투명…한국지엠 노조 파업권 확보

14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14차 교섭에 앞서 본관 앞에서 대의원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14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14차 교섭에 앞서 본관 앞에서 대의원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임금 단체협약)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내달 초 여름휴가를 앞두고 노사가 치열한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주 중 합의에 가닥을 잡지 못할 경우 사태 장기화가 예상된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달 20일까지로 예정된 임단협 집중 교섭에서 타결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고,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16일 실시한 교섭에서 기본급 5만9000원 인상을 골자로 한 2차안을 제시했지만 노사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성과금 125%+35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미래 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무상주) ▲2021년 특별주간 연속2교대 포인트 10만 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1차 제시안과 비교할 때 기본급은 5만원에서 5만9000원 인상, 성과급은 100%+300만원에서 120%+35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미래 경쟁력 확보 특별합의주식 5주도 새롭게 추가했다.

하지만, 노조는 협상의 핵심 쟁점이 빠졌다며 합의를 미뤘다. 노조 측은 "미래산업 협약 부분과 정년연장에 대한 추가 제시가 없었다"면서 "(사측이) 3차 추가 제시가 가능할 때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순이익의 30% 지급, 최장 만 64세 정년 연장, 미래산업 협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인 미래산업 협약은 지난 5월 그룹이 약 8조원 규모의 미국 전기차 투자를 밝히면서 촉발된 사안이다. 당시 노조는 "국내공장 우선 투자에 기반한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하고 난 뒤, 해외공장 투자를 거론해야 한다"면서 대규모 해외 투자에 반발했다. 이를 위해 해외투자 계획은 단협에 따라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 전기차·수소차 및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산업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울산 등 현대차 공장 소재지역에 실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노조는 이달 20일까지 집중 교섭을 벌인 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향후 투쟁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측이 이번 주 중 노조에게 수정된 제시안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신산업 미래협약 부분 등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사진=박경보기자>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뉴스웍스 DB)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 확보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19일 중노위는 한국지엠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이미 파업을 가결한 상태여서, 중노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쥐게 됐다. 한국지엠 노사는 5월 27일부터 12차례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쟁점은 '미래발전 계획 확약'이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더불어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GM 본사로부터 생산 물량을 배정 계획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단,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GM 해외사업부문(GMIO) 대표가 8월 중순경 한국지엠을 방문하겠다고 노조와 약속한 만큼, 키퍼 부사장이 어떤 안을 가지고 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조만간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19∼20일 부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업계는 수출 핵심 모델인 'XM3'의 유럽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를 계기로 현재 교착 상태인 임단협 교섭이 이번 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노조가 회사의 기본급 2년 동결 요구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직장폐쇄를 나서는 심각한 대치 상황을 겪은 만큼, 노사 간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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