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7.24 06:05

김영 "혼자 매일 166개 변기 꼭 청소해야…구조적으로 1시간 '무급 노동' 발생"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가 주최하고 민주당의 이탄희·장철민 의원이 주관한 온라인 토론회를 지난 22일 열렸다. 온라인 소통 프로그램인 ZOOM을 활용해 개최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회다. (사진=이탄희TV 캡처)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가 주최하고 민주당의 이탄희·장철민 의원이 주관한 온라인 토론회를 지난 22일 열렸다. 온라인 소통 프로그램인 ZOOM을 활용해 개최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회다. (사진=이탄희TV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6월 26일 밤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도 관심을 기울였다.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가 주최하고 민주당의 이탄희·장철민 의원이 주관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온라인 토론회가 22일 열렸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의 박문순 법규정책국장은 서울대 측의 '드레스코드 갑질문제'를 꼬집었다. 박 국장은 "드레스코드 지시는 6월 9일 최초로 공지됐고, 이는 회의 공지 문자로 사실로 확인됐다"며 "다만 B씨 등 가해자 입장의 해명은 고인이 카카오톡으로 드레스코드에 감사했다고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 논리라면, 부장님 혼자 즐겁고 대한민국 직장인 70%에게 걱정거리인 회식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부장님이 사정이 있어, 1차로 회식을 끝내야겠다는 말에 누군가가 '고맙습니다'라고 했다면, 부장님이 이를 1차로 끝내줘서 고맙다는 뜻이 아니라, 회식을 시켜줘서 고맙다는 말로 오해하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현장 노동환경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현장 노동자 무시와 최저임금 및 코로나로 인한 업무 폭증에 대한 무관심을 비롯해 제초작업까지 시켰고, 하필 가장 힘든 시험기간과 퇴사시점이 겹친 때에 검열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직장괴롭힘의 명백한 한계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라며 "10월 이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고, 또한 수사가 아닌 행정지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하는 구조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용자 측에서 자체 조사를 하고 립서비스용 대책을 제출하면 더 이상 노동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질타했다. 

또한 "노동조합과 외부세력이라는 식으로 구분 짓는 것은 사측의 분리전략일 뿐"이라며 "노동조합 자체가 현장 노동자로 구성돼 있고 고인 및 유족도 조합원이다. 따라서 유족들의 호소처럼 노동조합이 아니면 청소노동자들처럼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관리팀의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제공=이탄희 의원실)
서울대 청소노동자 관리팀장과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제공=이탄희 의원실)

발제를 맡은 김영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펜데믹 시대의 청소노동'이라는 발제문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휴게공간의 부재'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창고, 계단 아래, 심지어 화장실 등 창문은 커녕 환기구조차 없는 밀폐되고 냄새나는 공간이 청소노동자들의 식당이며 휴게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더해 "서울대학교의 경우, 청소 노동자 혼자서 청소해야 할 변기 개수가 대변기와 소변기를 합해 총 166개에 화장실 수는 24실"이라며 "이것을 무조건 (하루에)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과중 노동'외에 '무급 노동'과 '성희롱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대 A 청소노동자의 사례에 대해 거론했다. 김 교수는 "A 청소노동자가 본래는 오전 8시 출근인데 나는 하루에 10분이라도 쉬려고 7시에 온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출근해 3시까지 밥먹는 시간외에는 일만 해야 돼서 그렇다"고 털어놨다. 

A 청소노동자의 말에 따르면 구조적으로 1시간의 '무급 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선 "3명의 여성 청소노동자를 9차례에 걸쳐서 성추행 했음이 확인됐다"며 2006년 민주노동당 A시당 여성위원회 성명서를 박준희 씨가 2016년에 재인용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도 코로나19사태에 따른 '노동강도의 강화' 문제도 거론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마스크를 하고 청소를 하다보니 숨이 차오르고 땀이 비오듯 흐른다는 호소에서부터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위생강화 정책에 따라 청소노동자들이 하루에도 기본적으로 닦은 곳을 네 번씩이나 닦는다는 불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거론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진제공=이탄희 의원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진제공=이탄희 의원실)

김 교수는 결국 '청소노동자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며 "모두가 마실 우물에 독을 타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내가 속한 집단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주변부에 고한 사회성원들의 삶이 개선될 때 나의 삶도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0년에 공개한 '2019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노동자들은 전(全)직종과 대비했을때 성비와 평균연령 및 평균 근속년수는 물론이고 월간 근로일수와 월평균 급여에서 현저히 열악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전(全)직종에서는 성비가 여성 38.4% 대 남성 61.6%임에 비해 청소노동자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여성 70.5% 대 남성 29.5%였다. 평균연령은 전(全)직종에서는 성비가 여성 41.4세 대 남성 43.4세임에 비해 청소노동자들은 여성 60.6세 대 남성 57.4세로 드러났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이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평균 근속년수는 전(全)직종에서는 성비가 여성 5.1년이고 남성 7.7년임에 비해 청소노동자들은 이에 비해 상당히 짧아 여성 2.8년, 남성 3.8년으로 나타났다.

월간근로일수에 있어서는 전(全)직종이 19.9일인 반면 청소업종은 21.1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월평균 급여에서는 전(全)직종이 평균 372만원임에 비해 청소업종은 187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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