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26 17:41

경실련 "SH공사, 아파트 평당 930만원에 지으면서 강동구 다가구주택 평당 2690만원에 매입"
SH공사 "신속 공급 초점 맞춘 매입임대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 택지비·건설비 차이 날 수밖에"

(사진제공=경실련)
윤순철(왼쪽에서 두 번째) 경실련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6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경실련)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기존 다세대·다가구주택 등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SH가 개발한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SH가 지난 19년간 다가구 등 주택 2만세대(1730채)를 4조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산 낭비와 특혜성 매입임대로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2002~2020년)'를 토대로 주택 취득가, 정부보조금, 장부가 등을 분석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는 지난 19년간 다가구주택 등 주택 2만 997세세대를 4조 801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한 세대당 매입비는 1억 9000만원이다. 다가구주택이 약 6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원룸형 등 도시형생활주택이 약 26%로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런데 SH가 개발한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하남시에 걸쳐 위치), 서울 서초구 내곡공공주택지구,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서울 강남구 수서역 일대) 등 공공택지의 아파트 건설 원가는 평당 평균 930만원인 반면 문재인 정부 집권(2017년 5월) 이후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는 평당 1640만원으로 조사됐다는 것이 경실련의 설명이다.

SH가 최근 제일 비싸게 매입한 다가구주택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다가구주택으로 이 8세대 주택의 평당 취득가는 2690만원이었다. 이는 SH가 개발한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원가의 최소 1.8배, 최대 2.9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SH가 그동안 공급한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월 감사원이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SH가 2002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 1만 4751호 중 15.3%(2260호·지난해 6월 기준)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또 매입임대주택 전체 세대 중 약 43%가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강동·금천·성북·구로·도봉구 등 5개 자치구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잔뜩 올려놓고 허술한 심의위원회와 엉터리 감정평가 방식으로 비싼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임대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에 불과하다"면서 "진짜 공공주택의 역할을 못한 채 공기업과 정부의 공공주택 실적을 채워줄 뿐이며, 공기업의 땅장사와 집장사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비싼 기존 주택 매입은 예산 낭비를 유발한다"면서 "정부와 서울시는 국공유지들을 직접 개발해 장기 임대하거나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을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SH 등 공기업이 땅 장사, 집 장사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공급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서민들이 원하는 공공주택을 늘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H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매입임대주택은 작은 토지에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라면서 "영구임대아파트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도심 내 신속한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도심 내 신속한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매입임대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의 택지비·건설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단순 비교해 '진짜' 혹은 '짝퉁' 임대주택으로 표현하는 것은 약 2.1만호에 거주 중인 매입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입임대주택은 수급자,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과 저소득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지에서 주로 공급하는 영구임대아파트의 공급이 한정된 현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신속한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SH공사는 앞으로도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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