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5 08:00

2016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기업인, 정치인 그리고 방송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 대선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그저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 정도로만 여겨져 왔던 트럼프가, 이제는 한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후보로까지 급부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일까. 그는 어떻게 자랐고, 어떤 생각과 성향을 가진 인물일까. 인종차별 발언과 성희롱,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고립주의자 트럼프를 잠시 걷어두고 거의 생애를 추적해보는 것 또한 미국 대선전에 대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 자수성가형 금수저 기업인...타고난 사업 역량으로 '트럼프 제국' 건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프레데릭 트럼프의 아들로 1946년 뉴욕 퀸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활달하고 밝은 아이로 기억되고 있으며 아버지는 트럼프에게 보다 절제된 삶의 태도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13세의 나이에 군사학교에 입학시킨다. 그는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포드햄 대학교에 진학한 뒤 펜실베니아의 와튼 스쿨로 편입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68년 졸업하고 곧바로 아버지의 사업에 뛰어든다.

그는 아버지보다도 더 큰 사업적 야망을 갖고 있었다. 1971년 맨하탄으로 옮긴 트럼프는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쌓기 시작했고, 맨하탄에서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역량을 과시했다. 특히 그는 매력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승부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트럼프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펜실베니아 철도회사의 부실자산인 호텔을 사들여 1급 호텔로 탈바꿈시켜 뉴욕에서 명성을 얻은 그는 하얏트 호텔사와 계약을 맺고 개조 사업을 시작해 ‘그랜드 하얏트’라는 최고급 호텔을 지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1982년 뉴욕 한복판에 58층 규모의 ‘트럼프 타워’를 지어 명실상부한 미국의 대표 부동산 재력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카지노, 주택 사업, 부동산 개발, 골프장 등 온갖 사업에 손을 대 전세계에 ‘트럼프 제국’을 건설한다. 

따라서 트럼프를 그저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 막대한 부를 이어 받은 ‘금수저’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아버지로부터 2억 달러 유산을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늘날의 트럼프 월드의 전체 부 규모가 29억달러, 우리 돈으로 3조3000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경영 능력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 여성편력, 영화 출연, 프로레슬러까지...종잡을 수 없는 ‘괴짜’ 트럼프
트럼프가 스물 네 살 연하의 모델과 세 번째 결혼을 하겠다고 밝힌 순간, 미국 전역은 ‘역시 트럼프’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의 여성편력과 미녀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방송가에서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다. 미국의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트는 트럼프에 대해 “그는 코미디언들에게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희화화 한 바도 있다.

그는 미디어와도 친숙한 인물이다. 일단 트럼프는 자신이 주인공이기도 한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Apprentice)’를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미국 NBC를 통해 방영된 이 방송은 트럼프의 회사와 연봉 25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1년간 운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15~20명의 참가자가 경쟁하는 리얼리티 쇼다. 트럼프는 이 방송에서 유머감각이 뛰어난 능력 있는 경영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각종 TV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상당한 입담을 과시하며 이슈를 주도했고,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미디어 행보를 걸어왔다. 심지어 그는 프로레슬링 경기에도 출전해 자신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정치에 대한 혐오가 직접 출마로 이어져...열광하는 미국의 ‘숨은’ 여론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지명된 트럼프의 정치 코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 혐오’다. 그는 사업을 일궈오는 과정에서 미국 정치권의 추악한 면을 모두 봤다며 더 이상 워싱턴의 소수 엘리트와 로비스트가 지배하는 정치를 믿을 수 없다고 대중에 호소하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막말과 차별적 발언에 미국 국민들이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젊잔떠는’ 워싱턴 엘리트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트럼프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주류 언론들, 특히 보수 성향의 매체들마저 반(反) 트럼프(Anti-Trump) 운동을 주도했지만 트럼프는 SNS와 군소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활용해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전략을 펴 미국의 제도권 정치의 벽을 넘었다는 평가도 듣는다. 

아직까지 트럼프의 승리 여부를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다. 특히 각 주별로 선거인단을 독식하도록 돼 있는 미국 선거 제도 특성상, 단순히 전국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제 힘을 얻고 있다.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선주자 트럼프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각에는 우려와 호기심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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