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27 16:58

"이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 귀속…과징금 납부 이행·위법 상태 해소 고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사진제공=DL그룹)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그룹(옛 대림산업) 회장이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의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억원, DL그룹 법인에 벌금 5000만원, 글래드호텔엔리조트에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기업 집단의 부당한 거래를 통한 것으로 이 사건 범행은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 위반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DL법인과 글래드호텔리조트 등은 과징금 납부 등을 모두 이행했고 이 회장이 아들의 APD 지분 전부를 증여해 위법 상태를 해소했다는 점, 이 회장이 징역형 이상의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대림산업 등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과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2년 호텔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림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대림이 운영하는 여러 호텔이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여의도 GLAD호텔 임차 운영사는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인데, 대림은 오라관광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APD라는 회사에 내도록 했다. APD는 이 회장과 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로, GLAD 브랜드를 출원 및 등록한 사업체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는 약 31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 APD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오라관광이 APD에 브랜드 사용권 등 명목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PD는 호텔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을 뿐 호텔 운영 경험이 없음에도 유명 해외 프랜차이즈 호텔 사업자의 수수료 항목 수준에 따라 거래를 결정했다고 봤다. 수수료 협의 과정은 거래 당사자가 아닌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즉 대림산업이 개발한 브랜드를 APD 명의로 출원 등록하게 하고 글래드 호텔이 총 31억원을 APD에 지급함으로써 이 회장과 아들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DL그룹 측은 APD의 GLAD 브랜드 사업 영위는 특수관계인의 사익을 편취한 것이 아니며 GLAD 브랜드 사업 수행은 사업기회 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이 회장의 지시·관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대림산업(현 DL그룹)이 APD에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취득하게 해 수익을 얻도록 기회를 제공한 점이 인정된다"며 "글래드호텔앤리조트 관련 사업은 대림산업이 하면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 부분까지 모두 브랜드 수수료가 지급됐고, 브랜드 사용에 관한 이익 제공은 정상 가격보다 매우 크다"면서 "APD와 오라관광 브랜드 용역 거래는 정상보다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림산업은 APD에 이 사건 브랜드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오라관광은 ADP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용료를 지급해 특수관계인 이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이 회장의 지시·관여를 인정했다.

판결이 끝난 뒤 취재진이 '항소할 것인지',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입장 그대로인지' 등을 질문했지만 이 회장은 답변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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