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7.28 11:21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2위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강자들의 공격적 행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대만 TSMC의 독주를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이 복병으로 등장하면서다. TSMC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까지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인 퀄컴과의 협업을 선언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술 로드맵 발표 행사를 열고 "내년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선보인 뒤 2023년 3나노, 2024년 2나노, 2025년 1.8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거머쥐겠다"고 밝혔다.

나노는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진다. TSMC와 삼성전자가 내년 3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 7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인텔이 4년 안에 이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또 인텔은 2024년 퀄컴과 아마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기로 했으며, 이들 이외에도 100여개 기업과 위탁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의 TSMC이며, 한국의 삼성전자가 그 뒤를 바삐 쫓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순위는 TSMC 55%, 삼성전자 17%다.

인텔은 수십 년간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업계 선두를 지켜오다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점점 경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인텔의 선전포고에 삼성전자의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TSMC를 뒤쫓는데 집중했던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격도 신경써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근 대만 TSMC는 미국, 일본에 이어 독일에까지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시사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폭스바겐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가 있는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지난해말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공장 건설에 착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와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공세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유럽 반도체산업의 중심지인 독일에도 손을 내민 것이다. 현재 인텔도 독일 바이에른주와 반도체 공장 설립을 협상 중이다.

이같은 경쟁사들의 행보는 삼성전자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 인텔이 가세하며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보다 1, 2세대 뒤쳐져 있다 해도 세계 최대 반도체인 인텔의 영향력과 자본력·기술력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인텔이 파운드리 고객사로 공개한 퀄컴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 물량을 인텔에 뺏기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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