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7.28 15:15
한국지엠 노조가 14일 '2021 임단협 승리를 위한 전간부 출근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노조)
한국지엠 노조가 14일 '2021 임단협 승리를 위한 전간부 출근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노조)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한국지엠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찬반투표가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은 또 다시 난항에 빠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의 2021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6727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률 48.4%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관련 업계는 이번 잠정합의안의 부결이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기본급 등 잠정합의안 내용이 조합원 기대치와 간극이 컸다는 분석이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생산직 3만원·사무직 정기승급분 인상, 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이다. 당초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150% 지급,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주장했다.

여기에 올해 임단협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부평2공장 생산 연장의 경우, 구체적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최대한 생산물량을 확보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에 그쳤다. 부평 2공장은 내년 8월 이후 생산계획이 없는 상태다. 또한, 노사가 오랜 시간 마찰을 빚어온 제주·창원 물류센터 폐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결론 대신 "제주·창원 물류센터 소속 조합원을 원하는 사업부로 전환배치"하는 것에 그쳤다.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 과정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노조 현장조직 '들불'은 지난 26일 소식지를 내고 "김성갑 지부장은 교섭을 시작한 지 불과 4시간 만에 잠정합의를 선언했다"며 "단독으로 (합의안을) 결정한 것과, 서투른 합의안에 교섭 대표들조차 당황했다"면서 "시간이 충분한데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의도에 교섭 대표들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 내부 조직인 '실천회'도 소식지를 통해 "김성갑 지부장은 지부장 직권으로 잠정합의를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쟁취한 게 없다"며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카젬 사장에게 상납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 분노를 조직해야 할 집행부는 오간데 없고 쟁의찬반투표 무력화 시킨 직권합의 한 장만 나돌고 있다"며 "압도적 부결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노조 게시판에도 "실리도 명분도 없는 잠정합의", "노사 대표들의 독단 합의에 노동자만 깨진다", "싸울 의지가 없다. (잠정합의안의) 압도적 부결이 답이다", "노동자들을 노사 대표들이 우롱했다" 등 노조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올해 임단협이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부결로 한국지엠 노사는 다시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여름휴가 전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노조 내부 불만이 큰 만큼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정상화 지연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재확산 등 대내외적 위험요소가 산적한 가운데 노사 간 갈등이 길어지면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 효과 등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총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났지만, 한국지엠은 오히려 생산량은 6.1%, 판매량은 19.3%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7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며 5조원대 누적 손실을 기록 중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8만대가량의 생산 차질까지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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