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
  • 입력 2016.05.07 10:43

정부, 기업과 연계해 어르신 일자리 만들기 앞장서

“제 아내는 3년 반 전에 죽었어요. 나머지 시간동안 뭘하냐고요?
전부요, 골프, 독서, 영화, 카드놀이, 요가, 요리교실, 화초재배, 중국어도 배우고요...”

70세인 벤 휘태커는 은퇴 후 나름대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중산층 할아버지다. 그런 그가 우연히 65세 이상 시니어 인턴을 구하는 한 인터넷쇼핑몰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전업주부였다가 창업한지 1년 반만에 직원 220명의 회사로 키운 30세의 성공 CEO(최고경영자) 줄스 오스틴의 비서로 일하게 된 벤은 수십년 직장생활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경험을 무기로 줄스의 모든 것을 도와준다.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으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영화 ‘인턴’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취업을 원하는 시니어들을 위한 얘기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로버트 드니로는 외친다.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부 및 지자체와 기업이 연계한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의 하나인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사진제공=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시니어 인턴십, 우리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고 보람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기업과 연계한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장년 인턴제’ 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공동으로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 연령 제한이 서로 다르지만 사업 취지나 노인을 채용한 기업에 정부가 일정 예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제도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시니어 인턴십' 제도는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업 내 인턴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해 노인의 취업 경쟁력 제고를 돕는 정책 사업이다.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방과후 돌봄서비스 등 정부 제공 일자리 및 민간 기업과 연계한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각 지자체별로 600 여명 정도 모집하며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시니어와 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시니어 인턴과 함께 참여 기업도 모집하고 있다.

4대 보험 가입 사업장에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기업이면 신청 가능하다. 참여 기업은 3개월간 인턴 임금의 50%를 지원받게 되며 인턴 종료 후에도 계속 근로계약을 맺으면 추가 3개월 간 임금의 50%를 지원 받게 된다. 시니어 인턴 개인당 주 2~3회, 주당 15시간가량 일하고 월 40만~50만원 정도를 급여로 받는다.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시니어 인턴십 참여자는 2011년 3600여명에서 2015년 1~9월 사이 6000명으로 늘었다. 누적 참여자는 2만2000명이며 참여기업도 2000곳이 훌쩍 넘는다.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96.3%, 참여 기업 중 93.6%가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

업종도 기존의 경비, 택배, 청소 등 단순직 위주에서 최근들어 고학력 은퇴자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수십년간 쌓은 경험와 지식, 인맥 등을 동원해 아직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전문직종으로 늘고 있다. 라이프 코치, 노년 플래너, 도시농업 전문가, 문화 해설가 등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들어서는 젊은층과 경쟁하는 직업군인 실버 제빵사, 실버 바리스타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편의점 'CU'에서 교육받고 있는 시니어 스태프. <사진제공=BGF리테일>

◆어떤 기업들이 운영하나

국내 기업 중에는 영화 ‘인턴’에서처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별도의 시니어 인턴제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말부터 만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시니어보안관’을 30여명을 임용했으며 올 2월에도 49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시니어보안관은 비교적 승객이 많지 않은 주말·공휴일동안 5~8호선에서 전동차 내 물품 판매 등 무질서 행위와 기지입고열차 잔류승객 확인 등 지하철 질서 유지 및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근무기간은 6개월이며 토·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시급은 7200원이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제품 상담 및 판매에 시니어 인력을 활용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고객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요실금 제품에 대한 문의·주문·샘플링과 ‘골든프렌즈’ 시니어 전용 생활용품 상담 및 가디언엔젤스(병원 동행 서비스) 상담 접수를 진행한다.

이와함께 유한킴벌리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근무했던 시니어들이 은퇴 후에는 아무래도 소기업에 일자리가 많은 것으로 판단, 지난 2012년 이후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을 30여개 가까이 육성해 200개가 넘는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CJ CGV는 영화 상영 준비·매점 제품 준비·청결 관리 등 다양한 극장 서비스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시니어 사원을 ‘도움지기’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 매장에서 60세 이상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상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인력의 현장 업무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국내 첫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 ‘CGV 유니버시티(UNIVERSITY)’에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수 근속 도움지기의 경우 신입 도움지기의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임대주택관리와 연계해 고령자 일자리를 창출하고 입주민 돌봄 등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니어사원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10년 도입해 1만명이 넘는 시니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시니어 사원들은 6개월간 전국 LH 임대아파트에 배치돼 독거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정 등 취약세대를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 제공 ▲아파트 단지환경정비 ▲시설물 안전점검 등을 담당한다.

만 50~65세 대상 ‘실버 채용’을 실시해온 홈플러스는 지난 7년간 연평균 400여 명, 총 3000여 명 가까운 실버사원을 채용했다. 시니어 점포매장 관리원은 신선도체크, 상품진열, 상품화작업, 후방지원 등 점포 매장업무를 맡는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시니어스태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원자는 간단한 면접을 거쳐 일정기간 동안 소양교육·직무교육·현장교육을 이수한 후, 인턴으로 ‘CU(씨유)’ 매장에서 직접 근무하게 된다. 인턴기간 동안에는 가맹점주 또는 영업사원(SC) 등이 멘토로 지정돼 현장적응과 업무스킬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해준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시니어 인력은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때문에 고용점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자체와 제휴를 확대해 채용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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