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08 17:43

법 규정 미비·불명확한 기준 등이 주요인...기업 인건비 부담 늘어날 듯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난 2013년 12월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기업 내 노사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소송이 더 늘어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25개 기업(500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5개 기업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86건으로 기업별로 평균 3.4건이 진행 중이었다. 이 가운데 3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은 11곳(44.0%)이었으며, 최대 1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곳도 있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이른바 ‘금아리무진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이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이후 통상임금 소송은 급증하기 시작했고, 혼란이 가중되자 대법원은 다음해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혼란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소송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소송이 제기된 시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5년 말’이 44건(51.2%)으로 가장 많았고, ‘금아리무진 판결~전원합의체 판결’이 34건(39.5%), ‘금아리무진 판결 전’이 5건(5.8%), ‘2016년 이후’가 3건(3.5%) 순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소송이 47건(54.7%)으로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39건(45.3%)보다 8건 더 많은 셈이다. 

소송이 늘어난 이유와 관련해서는 ‘법규정 미비’가 36%로 가장 높았고, ‘불명확한 지침 운용’이 34%, ‘법원의 비일관적 판결’이 24%로 나타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이 계속 된 것은 ‘고정성’ 요건과 ‘신의칙’ 적용에 대해 하급심 재판부의 상반된 판결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심급별로 진행 현황을 살펴보면 ‘1심 계류’가 51건(59.3%)으로 가장 많았고, ‘2심 전(항소심 계류)’이 14건(16.3%), ‘3심 전(상고심 계류)’이 13건(15.1%)‘ 순이었다. 판결 확정이나 소송 취하로 소송이 마무리된 경우는 7건(8.1%)에 불과했다.

평균 변호사 선임비용은 4억60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1심에 계류중인 소송이 60%에 가까워 앞으로 소송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업들이 최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평균 ‘2015년도 인건비 대비’ 41.2%였다. 구간별로 ‘25% 이하’가 9곳(39.1%), ‘25%~50%’가 8곳(34.8%), ‘50%~75%’가 2곳(8.7%), ‘75%~100%’가 2곳(8.7%), ‘100% 초과’가 2곳(8.7%)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여 소송에서 제기된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통상임금 인상률’은 평균 48.4%로 나타났다. 구간별로 ‘50%~75%’가 9곳(39.1%), ‘25% 이하’가 7곳(30.4%), ‘25%~50% ’가 5곳(21.7%)이었으며, ‘100% 초과’ 기업도 1곳(4.4%)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는 ‘과도한 인건비 발생’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16곳(64.0%)으로 가장 많았고, ‘유사한 추가소송 발생 가능성’이 4곳(16.0%), ‘노사 신뢰하락’이 2곳(8.0%), ‘인력운용 불확실성 증대’가 2곳(8.0%)이었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송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통상임금 정의규정 입법’을 답한 비율이 32.0%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통상임금 범위 노사 자율조정’과 ‘임금항목 단순화’가 각각 24.0%, ‘소급분 신의칙 적용’이 20.0%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약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통상임금 갈등이 기본적으로 입법 미비에서 발생한 만큼,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판결을 내리면서 추가소송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현장 안정을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존중하는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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