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8.25 14:40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외교부, 장기체류 비자 발급 예정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이 23일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 (사진제공=외교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수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을 도왔거나 대사관·한국 병원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 현지인과 그 가족 380여명이 26일 국내로 입국한다. 이들은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해 일반적인 난민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라 전날 군 수송기 3대를 파견해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아프간인 입국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이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진입 중에 있으며 우리 군수송기를 이용,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최 차관은 "이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코이카,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아프가니스탄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른 선진국들은 자국에 도움을 줬던 아프간 조력자들을 더 큰 규모로 구출하고 있는 추세다. 8월 초 미국과 영국은 각각 1500명과 1700명의 아프간 조력자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경우 3500명 수용을 목표로 작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국내 이송 대상자는 난민 자격이 아니다"라며 "단기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와 장기체류 비자로 변경해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정부에 조력해온 의료인·기술자·통역자 등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 15일 카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민간 전세기 취항이 불가해지자 군수송기 3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등 우리나라 선발대가 지난 22일 미국 등 우방국과 협의하면서 카불 공항에 다시 진입했다. 다음날 군수송기는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고, 지난 24일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오가면서 아프간인들을 이송했다.

본래 국내 이송 대상 규모는 427명이었으나 카불 공항 진입 과정에서 숫자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군수송기 투입 전 기자들에게 "427명이 스스로 힘으로 공항까지 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대규모로 아프간인을 국외로 이송 중인데 그들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책임을 못 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독일도 카불로 항공기를 보냈으나 몇 십 명밖에 탑승을 못 했다고 한다. 대부분 공항까지 오는 데 실패했다"며 "우리 정부는 10명이든 50명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380여명의 아프간인들은 26일 공항 도착 즉시 방역 절차를 거치고 보안과 방역이 적합한 정부 보유의 임시숙소로 이동한다. 이후 충북 진천 내 임시 숙소에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들의 장기체류 비자 전환 등 국내 정착 관련 사항은 법무부가 진행한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이날 충북혁신도시출장소에서 주민간담회를 열어 "국내 이송되는 아프간인 380여명이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 100여명이 포함된 국내 이송 아프간인을 이곳에 수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진천 주민들의 뜻이 중요하고, 의견이 모아지면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프간인 수용과 관련 코로나19 확산이나 혁신도시 이미지 실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같은 여론도 분명히 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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