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 입력 2016.05.09 14:25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1년 동안 재임한 알리 이브라힘 알 나이미(81) 석유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후임으로 보건장관 겸 아람코 회장인 칼리드 알 팔리흐(56)를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왕실의 석유 장악력이 커지고 사우디의 석유 정책 및 세계 석유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살만 사우디 국왕이 알 나이미 장관을 해임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31) 부왕세자의 최측근이자 왕족인 팔리흐를 새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7일(현지시간) 전했다.

장관 교체와 함께 석유부의 명칭이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바뀌고 역할도 에너지 정책 전반을 관리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살만 국왕은 지난해 기존 석유위원회가 아닌 경제개발위원회가 석유정책을 짜도록 해 석유정책을 둘러싼 구조체계를 바꿨다. 따라서 알 나이미의 해임은 예상된 일이었다.

특히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지난달 발표한 ‘비전 2030’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석유부의 지위를 낮추고 경제개발위원회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개각은 필수적이었다.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나이미 리더십’이 끝나면서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사실상 석유정책을 좌우하게 됐다며 산유량 동결이 논의될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였던 데이비드 골드윈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실이 알 나이미를 불명예스럽게 퇴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알 나이미가 지난 2008년 유가 폭등락과 이후 미국 셰일가스와의 ‘치킨게임’을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다소 무례한 해임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지난달 산유국회의에서 산유량 동결합의를 무산시킨 배후인 만큼 당분간 사우디의 증산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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