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8.31 17:02

이인영 "남북, 평화공존으로 '더 좋은 민족공동체' 비전 실현하자"…문정인 "미국, 북한 악마화하고 불신하는 패러다임 변화없으면 북한도 적대시"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남북 간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평화공존, 공동번영의 가치를 통해 '더 좋은 민족공동체'의 비전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데는 주저할 이유가 없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 경제 그리고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가치는 남북이 연대하고 협력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현재적이고 실질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는 지금 평화의 진전과 후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 들어서 있다"며 "남북, 북미간 대화와 협력을 조기에 재개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발전 및 북미 관계 진전의 수레바퀴를 다시 움직여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포럼은 남북기본합의서·유엔동시가입 30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 모색을 위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총 3일 간 국내외 27개 협력 기관 및 약 300명의 연사가 참여해 남북관계 새로운 비전,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 한반도 평화·경제·생명 공동체, 지속 가능한 대북 정책 등을 주제로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이 펼쳐진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조짐'에 대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예상됐던 일"이라며 "미국이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 경향성을 보인다면 북한의 시각에서는 제재 완화라는 목표가 전혀 실현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에 약속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핵시설을 가동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낮은 단계의 자기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결국 '북미 간 불신 해소'라는 원론적인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고 불신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북한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문 이사장은 또 "미국이 교훈을 받아들이거나 배울 준비가 없는 것 같다"며 "아프가니스탄을 보면 미군이 20년 간 카불에 주둔했는데 매년 계속해서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북한 문제는 동북아 전체, 한반도 전체의 안보 환경을 보고 그 안에서 다뤄야 하는데 큰 그림과 대전략을 갖지 않고 계속 싸우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닝푸쿠이 전 주한 중국대사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보면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참신함과 실질적 변화가 부재한다"며 "하노이의 실패 경험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핵심은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북한에서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공통의 이익이 있다"면서 "미중이 앞으로 이런 국면을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국제사회도 이제 중국과 미국이 다시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중이 앞으로 미래에는 북핵 문제에 있어 당연히 협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에측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현 단계에서 통일보다는 유럽연합과 유사한 '남북연합'을 지향해야 한다"며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고 공존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통일 구호를 가지고 북한을 관리하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유럽연합 같은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중간 단계인 남북연합도 못 갔으면서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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