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1.09.02 17:48

국가광전총국 "불법 저지르고 덕성 상실한 사람 단호히 배제"…연예계 장악 나서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의 인기 배우 정솽(왼쪽)과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크리스. (사진=웨이보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중국 국가광전총국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도 금지하는 고강도 '통지'를 내놓았다. 게다가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한 사람은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정부가 연예계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중국의 방송 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를 가일층 강화하는데 대한 통지’를 공표했다. 

국가광전총국은 이번 '통지'를 통해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를 선정할 때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예술 수준,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명시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은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고액 출연료 억제, 이중계약, 탈세를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방영의 금지, 스타의 자녀가 참가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영 금지를 명했다.

스타들에게 '문화권력'을 안기는 팬덤도 규제한다. 팬 투표 환경을 엄격하게 관리해 경연장 밖에서 이뤄지는 투표를 금지하기로 했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몰표를 던지는 행위를 원천차단한 것이다. 

이번 ’통지’는 인기 배우 정솽(鄭爽)의 탈세 혐의,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의 성범죄 혐의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문제 연예인’을 솎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문화를 철저히 당의 통제 안으로 넣으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방송에  출연시켜서는 안되는 '블랙리스트' 선정 기준에 사회적 물의 유무 뿐 아니라 정치적 소양과 사회적 평가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이는 공산당과 정부 정책을 거스르는 언행을 하는 연예인까지 '퇴출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사회 현실을 풍자·비판하는 대중문화의 기능을 철저히 억업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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