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9.14 18:35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고 했다.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라는 뜻이고 바르지 않은 말과 행동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여야는 국민의힘 대권 경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가 불거진뒤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다.

우선 범여권의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7명을 고소했다.

최 대표 등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 전 총장 외에 배우자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 성명불상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선거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5가지다. 

이에 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는 13일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 조성은 씨 및 성명불상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힌 후 실제로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명의로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렇듯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이 사건의 당초 핵심 쟁점인 '윤 전 총장이 지금의 국민의힘 측에 고발을 사주했느냐의 여부'에 못지않게 박지원 국정원장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이 사건을 사전 모의했느냐 여부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조성은 씨 스스로가 지난 12일 SBS뉴스에 출연해 언론 보도날짜에 대해 "사실, 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 그냥 이진동 기자가 '치자'고 결정한 날짜"라고 말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다음날 이를 부랴부랴 번복했지만 이런 착각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와중에 다른 추가적 사안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34살의 조성은 씨가 80살인 박지원 국정원장과 주고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국정원장 공관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박 원장의 고향인 전남 목포까지 내려가서 만나고 한 것을 보면 공적인 관계에서의 만남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박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이후 조 씨와 서너번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해명에도 더이상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인데도 손주뻘 되는 정치인과 롯데호텔 38층 일식집을 이용했다는 점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은 코스요리를 기준으로 보통 1인당 18만원에서 2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원장과 조 씨가 식사를 한 것의 적절성 여부 및 가격이 1억 3천만원에서 1억 8천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는 마세라티 차량을 조성은 씨가 과연 무슨 돈으로 샀을까하는 의문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난 8월 11일 두 사람의 회동은 시기적으로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이후 '9월 2일이라는 (언론 보도) 날짜가 결정됐다'고 스스로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조성은 씨는 박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아주 특별한시간, 역사와의 만남'이라고까지 표현했고 박 원장과 많이 만났고 수많은 통화를 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 이상의 어떤  진술이 더 필요한가, 더 이상의 변명이 필요한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더러운 정치공작 막장드라마의 시놉시스는 이렇게 완성됐다"고 규정했다.

또한 그는 "마지막 장면: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했던대로 이런 사실을 몰랐고, 이를 알고 분개했으며 국정원장의 경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로 페이드 아웃"이라고 예측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윤희석 대변인도 같은 맥락에서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및 '뉴스버스'라는 언론매체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지난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조성은 씨를 정조준 해 "조성은 씨의 말 그대로라면 정치공작을 공모한 것"이라며 "뉴스버스 보도 이후에 검찰·공수처·법무부 이 트리오가 완벽하게 신속하게 움직인 이유가 뭔지도 잘 설명이 된다"고 성토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를 힐난했다.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가기밀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 원장,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진술한 대외비 내용도 조성은에게는 다 털어놓는군요"라며 "박 원장이 조성은에게 국가기밀 유출한 건 없는지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공수처는 박 원장이 조성은에 유출한 대외비 내용이 더 있는지 즉각 수사해야 한다"며 "둘 사이가 국정원 대외기밀까지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 고발 사주 사건에 대해 대화하지 않았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믿나"라고 질타했다.

물론 야권이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 씨에 대해 맹공을 퍼붓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필연적인 수순일 수 있다. 여당의 주장대로 물타기 공세일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원장과 조성은 씨가 겹쳐진 궤적이 일반인의 시선으로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잖다. 박 원장과 조성은 씨는 향후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고 삼가는 게 도리라는 충고도 나오는 실정이다. 

여야 모두 이 사건에 대해 고발로 맞서고 있는 상태가 오래가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리가 만무하다. 고발장을 접수한 대검찰청과 공수처는 철저하고 빠른 수사를 통해 공명정대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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