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윤해 기자
  • 입력 2021.09.18 16:00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길병원TV 캡처)

[뉴스웍스=안윤해 기자] 이번 추석 명절을 계기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이라면 한 번쯤 부모님의 치매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가 15명 중 1명꼴로 증가하고 있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펴 치매를 조기 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인구의 14%를 넘었으며, 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79만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기형 교수는 "치매는 조기에 치료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3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고, 시설 입소 시기도 2년 이상 늦출 수 있다"며 "최근 미국 FDA에서 부분 승인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약물도 초기나 치매 전 단계에 효과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부모와 자녀가 따로 사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모님이 치매 초기 혹은 치매 전 단계 상태임에도 자칫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있다면 치매 초기 증상 6가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식 맛·낮잠·성격변화…치매 초기 증상 6가지는

첫 번째, 부모님의 음식 맛이 변했는지 확인하자.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음식 맛이 예전과 달라진다. 여기서 치매가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리는 일도 생긴다.

두 번째, TV의 볼륨이 커진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소리에 대한 이해력이 낮아짐에 따라 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낮잠이 많아진다. 낮잠이 많아지고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루이소체 치매환자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다. 또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행동이 느려진다면 병적인 퇴행성 변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네 번째, 성격 변화다. 이전과 달리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고, 의심이 많아지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 변화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이다.

다섯 번째, 길눈이 어두워진다. 이는 시공간기능 저하에 따른 것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나타난다.

여섯 번째, 앞서 6가지 증상과 함께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요즘에는 진료기관을 찾기 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치매 테스트를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만큼, 부모님의 치매 여부가 의심된다면 해보는 것이 좋다"며 "명절 때 부모님의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해 적기에 검사를 받으면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종류, 무려 70여 가지…원인도 다양해

치매의 종류는 70여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매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되며, 위험 요인도 각기 다르다.

종류는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지적능력이 저하되는 신경퇴행성 치매 ▲기타 뇌손상 알코올 중독 ▲중추신경계 감염 ▲독성대사장애 ▲산소 결핍 ▲저혈당 등으로 발생하는 치매 등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고혈압·심장병·고지혈증·당뇨병·흡연 등을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신경퇴행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환시를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 ▲인지기능보다 성격과 행동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이들 치매는 완치되지 않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박 교수는 "초기 치매로 진단되더라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한다면, 진행을 늦추거나 원인에 따라서는 완치할 수 있는 치매도 있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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