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9.26 08:25

종로구 숭인동 1호 접수…박원순 전 시장 '옥탑공약' 무산시킨 수유동 빨래골도 한달 만에 주민 동의율 25%

강북구 수유동 빨래골.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 공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서울 시내 재개발 후보지는 물론 과거 도시재생지역마저 함께 술렁이고 있다.

민간 재개발인 신속통합기획 통해 기존에 '보존' 중심으로 추진되던 도시재생사업의 무게추를 '개발'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모 전부터 자격 요건인 주민동의율 30%를 사전에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1호 도시재생지'로 지정된 곳 중 종로구 숭인동이 공모 첫날 접수를 시작했다. 또한 강북구 수유동 빨래골 등 그간 도시재생을 진행하다 돌아선 지역들도 "최대한 주민동의율을 높여 접수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제공=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로 정비사업 속도 제고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을 지난 23일 고시하고 첫 민간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착수했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이 적용된다.  

신속통합기획이란 서울시가 재개발 구역지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 통상 5년 이상 소요되는 기간을 2년 이내로 대폭 줄이겠다는 제도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나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전담 부서가 중재에도 나서게 할 계획이다.  

주택공급을 위해 공공이 지원사격에 나선다는 점은 기존의 공공재개발과 같다. 결정적인 차이는 임대주택 증설이나 시행권한 양도 등 단서 조항이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재개발에서처럼 용적률·용도지역·층수 상향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대신에 개발의 자율성은 보장된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14일 방문한 '신속통합기획 1호' 신림1구역의 경우 용적률이 소폭 높아졌다. 신속통합기획 도입과 맞물려 재개발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 것도 정비사업 속도를 앞달길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다. 기존에는 주거정비지수 기준점수 70점 이상과 노후도 연면적 6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법적 구역 지정요건을 충족해도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서울시는 10월 29일까지 공모를 실시하며 12월 중 25개 내외의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지는 법령‧조례상 재개발 정비구역지정 요건에 맞고,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구역지정을 희망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재개발 구역지정을 위한 법적요건은 필수항목(노후도 동수 2/3 이상, 구역면적 1만㎡ 이상)을 충족하고 선택항목(노후도 연면적 2/3 이상, 주택접도율 40% 이하, 과소필지 40% 이상, 호수밀도 60세대/ha 이상) 중 1개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 다만 50% 이상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지역'은 30%가 아닌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신청 가능하다.

강북구 수유동 빌라. (사진=전현건 기자)

신속통합기획 도시재생지역 공모 대상

신속통합기획엔 정부의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서 제외됐던 도시재생지역도 공모 대상에 포함된다. 앞서 도시재생사업지역들은 지역 노후화가 심각하다며 '공공재개발' 공모에 신청했으나 서울시가 '예산의 이중 투입' 등을 이유로 후보자 선정에서 배제한 바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지난 6월 발표한 '2세대 도시재생'에 재개발 연계형 사업을 통해 도시재생 지역에도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이들 지역에도 개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그간 재개발 대신 재생을 추진하던 지역들 다수가 사업 참여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현재 답보상태에 빠진 도시재생지 중에 창신·수유 빨래골·장위11구역 등 12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1호 대상지 중 하나였던 숭인동은 지난 23일 첫 후보지 공모 접수를 마쳤다. 이 지역의 주민동의율은 약 51%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속통합기획 공모에 참여하기 위한 동의율은 30% 이상이다.

숭인동은 뉴타운 해제 뒤 10여년간 도시재생을 추진하던 재생사업의 상징 지역이다. 이 곳 진행상황은 향후 민간재개발이 도시재생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숭인동의 경우 타 지역보다 토지 소유자 수가 300명 안팎으로 적어 주민 동의율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신청하지 않은 다른 도시재생지역 역시 신청기한인 10월 말까지 최대한 주민동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과 강북의 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걸었던 '옥탑공약' 중 하나인 수유동 '빨래골(화계천) 복개하천 복원사업' 진행을 사실상 무산시켰던 수유동 '빨래골' 주민들도 이번엔 신속통합 재개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박원순 시장 시절, 서민의 고통을 체험하고자 한달 옥탑살이를 한후 시민의 입장에서 환경을 개선해 주겠다고 정책을 편 것이 바로 빨래골 하천 복원이였다. 하지만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렸다. 빨래골에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너무도 열악한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후도가 73.24%인데 도시재생이라는 미명 하에 진정 개발다운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 재개발'이 유일한 빨래골의 탈출구이기에 현재 지금 주민들은 재개발 의지를 적극 표명하며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열고 밤낮으로 동의서를 열심히 걷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곳은 복개구조물을 제거하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펼쳤지만 사업타당성 검토 결과 차량 통행 불편과 침수 우려 등을 우려한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엄옥란 빨래골 추진준비위원장은 "현재 빨래골의 주민동의율은 한 달만에 25%가 넘고 있다"며 "워낙 낙후된 지역이라 주민들이 기달려왔다. 자발적으로 호응해 주셔서 금방 30%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지금까지 사업지 지정이나 추진이 어려웠던 곳들 특히 공공재개발에서 배제된 도시재생사업지들, 이런 곳들을 중심으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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