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10.04 07:00

LG생건 '알틱폭스' 지난 3년 평균 89% 성장…CJ올리브영 클린뷰티 12개 브랜드 매출 188% 늘어

(사진=이너프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비건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 제품 (사진=이너프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뷰티 업계에서는 친환경 포장부터 화장품 공병 수거,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건 화장품 판매를 통해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 대신 자연 유래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한다. 뷰티 업계에 '비건(Vegan)' 바람이 불어오면서 화장품 회사들은 비건 화장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를 내놓거나 비건 화장품 라인을 론칭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0년 중반 이후 연평균 6.3%씩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에는 약 208억달러(약 23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특히 뜨겁다. '미닝 아웃(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 소비를 하는 MZ세대들은 비건, 재활용 제품 등 착한 제품으로 규정하고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이 뷰티 콘텐츠 플랫폼 '셀프뷰티'와 함께 2000여명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화장품 구매 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올리브영 매장에서 판매되는 클린뷰티 12개 브랜드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8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츠한불 비건 뷰티 브랜드 '딕셔니스트'과 '체이싱래빗' 제품 (사진제공=잇츠한불)
잇츠한불 비건 뷰티 브랜드 '딕셔니스트'과 '체이싱래빗' 제품 (사진제공=잇츠한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유명 생활뷰티 기업들은 비건 브랜드를 론칭·인수하는 방식으로 비건 화장품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을 통합한 종합 화장품 기업 잇츠한불과 국내 종합식품 기업 대상그룹도 새로운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6월 비건 친화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클린뷰티 브랜드 '어웨어'를 론칭했다. 두 브랜드는 먼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에서 단독으로 팔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너프 프로젝트는 선크림, 수분크림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으며 미국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00% 비건 헤어 제품을 출시하는 미국 '알틱 폭스' 브랜드 운영사 보인카를 인수해 글로벌 비건 헤어 시장 진출에 나섰다. 알틱 폭스는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SNS에서 2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또 MZ세대의 호응을 받으며 지난 3년간 평균 89%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생건은 올해 8월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와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VDL'을 콜라보레이션 해 '빌리프 X VDL 비건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했다. 멀티 컬러 리퀴드, 프라이머, 스틱 파운데이션 총 3가지로 구성됐으며 전 제품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모두 배제한 것은 물론 피부 자극 테스트와 한국 비건 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완료했다.

국내 종합식품 기업인 대상그룹은 계열사 '디에스앤'을 통해 비건 화장품 브랜드 '쌀롱드리'를 론칭했다. 식품을 다룬다는 강점을 활용, 전 제품에 청정 유기농 쌀 성분이 함유된 쌀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를 공개했다. 

잇츠한불은 두 개의 비건 브랜드를 내놓았다. 지난해 웰니스 비건 브랜드 '체이싱래빗'을 론칭했으며, 효능주의 비건 뷰티 콘셉의 '딕셔니스트'도 운영 중이다. 두 브랜드는 올해 8월 글로벌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와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가 진행하는 '넥스트 K-뷰티' 프로젝트를 통해 세포라 팝업 스토어로 입점한 상태다.  

이외에도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목 받는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비건 인증 획득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인기 제품을 비건 제품으로 재출시, 비건 라인 론칭 등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 6월 스킨케어 브랜드인 '플로우'를 얼리 안티에이징 클린 스킨케어 브랜드 '에프플로우'로 리브랜딩하고 비건 처방을 적용한 '시카 세라마이드 수분크림'을 출시했다. 이 크림은 동물성 성분 배제는 물론 재활용 등급이 우수한 용기를 사용했으며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제품 인증을 받았다.

토니모리 비건 제품 '백젤 아이라이너Z' (사진제공=토니모리)
토니모리 비건 제품 '백젤 아이라이너Z' (사진제공=토니모리)

토니모리는 자사 인기 상품인 백젤 아이라이너를 착한 성분으로만 리뉴얼해 '백젤 아이라이너Z'를 선보였다. 이는 그간 출시된 비건 제품이 스킨케어 제품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색조 화장품도 비건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가 됐다. 토니모리는 이 사례를 토대로 자사 대표 제품 '쇼킹 라인'의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등도 비건 제품으로 새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6월 캐롯 카로틴 릴리프 크림, 카밍 워터 패드, 핸드메이드 솝 등 3종으로 구성된 브랜드 최초의 비건 라인 제품을 출시했다. 이어 올해 6월 강낭, 검정, 백태 네 가지 콩의 풍부한 단백질과 유효성분을 추출한 비건 제품 가든빈 젠틀 클렌저 3종을 출시했으며, 지난달에는 비건 색조 라인인 '포레스트 다이닝' 3종을 출시하고 비건 라인을 확대하는 중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 경영, 환경보호나 생명윤리 등 이른바 착한 소비 트렌드 등이 확산됨에 따라 뷰티업계에서는 동물성 성분 등을 배제한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며 "화장품 기업들이 향후 확대될 비건 화장품 시장 선점을 위해 브랜드 론칭, 인수, 개편 등 다양한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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