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지해 기자
  • 입력 2021.10.07 15:05
법 시행일까지 의무준수 가능여부에 대한 응답 결과.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뉴스웍스=안지해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모호해 국내 기업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규모의 국내 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66.5%가 내년 1월까지 준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5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이 77.3%로 집계됐다. 그 이유로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다.

법 시행일까지 의무준수가 어려운 이유의 응답 결과.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 중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이었다. 응답 비율은 각각 41.7%, 40.8%였다.

그간 경영계는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필요한 예산의 수준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의무이행이 어렵다고 지속 반발해왔다.

이날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경총은 경영계의 그간의 애로가 표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재정 여건이 열악해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규정 준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예상되는 애로사항으로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61.5%)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52.2%) ▲형벌수준이 과도하여 처벌 불안감 심각(43.3%)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에 경총은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경영자가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국내 기업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경영계는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종사자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경영자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74.2%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이라고 꼽았다.

대기업은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가 52.3%로 하청기업의 사고 발생 시 매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됨에도 법상 원청의 책임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완화'(37.3%)를 가장 많이 선택, 대부분의 사업주가 오너이기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수치라고 경총은 해석했다.

응답 결과.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규모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사항.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법률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의무 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법 시행 이후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은 물론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면책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보완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오너가 직접 경영으로 처벌에 따른 경영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정부의 컨설팅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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