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10.10 08:00

왼쪽 하단 방향키·오른쪽 하단 점프 버튼 활용해야 이동…스토리·퀘스트 부재로 소통할 사람 없다면 심심해

제페토 내 '아는형님' 맵에서 캐릭터들이 교실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이용화면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올 하반기 들어 IT 업계는 앞다투어 '메타버스' 활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 등으로 진행했던 채용 설명회가 메타버스 세상에서 열리기 시작했고 기자간담회, 사내 행사 등도 메타버스로 옮겨와 진행됐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이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이용자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신의 캐릭터(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장소에 방문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꼽자면 단연 '제페토'다.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제페토는 전 세계 누적 가입자 2억2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대 이용자 비율은 80%에 달해 제페토는 '10대들의 놀이터'로 불린다. 

1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제페토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다양한 연령층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페토를 활용한 채용 설명회부터 각종 민간·공기업 행사 등이 늘어나자 20대 취준생부터 제페토를 통해 행사 개최를 준비하거나 협업을 진행하는 직장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제페토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인 기자 주변에도 제페토를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주말 29세 직장인인 기자의 지인은 자신의 캐릭터를 자랑하며 카카오톡을 통해 기자를 제페토의 세계로 초대했다. 

스마트폰에 제페토를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마치니 기본 의상을 입은 나만의 캐릭터가 등장했다. 

캐릭터 꾸미기 버튼을 누르니 얼굴형, 체형, 이목구비를 바꿀 수 있었고 의상, 메이크업 등 기자의 모습과 비슷하게 꾸밀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이 등장했다. 기본적인 옷은 물론 머리띠, 모자 등 액세서리까지 수백 개씩 구비돼 수만 가지 조합으로 원하는 캐릭터 제작이 가능했다. 

특히 패션 및 뷰티 기업, 웹툰, 유명인과 협업한 의상과 메이크업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있지의 무대 의상 및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음은 물론,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캐릭터로 변신도 가능했다. 

이외에도 메이크업 브랜드 '나스'부터 'MLB', 'PUMA', '나이키' 등 패션브랜드, '구찌', '디올' 등 명품브랜드, '핑크퐁 아기상어', '미키마우스'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실제 현실 속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다양한 아이템을 착용해 볼 수 있었다. 

(사진=제페토 이용화면 캡처)
기자가 만든 캐릭터들. 트와이스, 있지와 협업해 선보인 의상을 입고 있다. (사진=제페토 이용화면 캡처)

기자는 얼굴, 의상 등을 5번 이상 바꿔보며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캐릭터 꾸미기만 했을 뿐인데 1시간이 훌쩍 지났다. SNS와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과 캐릭터를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러 번 캐릭터를 바꿔본 뒤 기자는 캐릭터를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 의상 등 캐릭터에 장착한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페토 가입과 동시에 무료로 받은 소정의 게임 화폐가 있었지만 기자가 사고 싶은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현질(현금 결제)'이 필요했다. 

기자는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제페토에 산업계의 인체치수 데이터 활용을 돕는 '사이즈코리아센터'를 개소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6월 서울 강남 테헤란로로 이전한 실제 센터와 내·외관을 동일한 형태로 구성했다는 말에 제페토에서 센터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사이즈코리아센터를 검색하니 '맵' 탭에서 사이즈코리아센터를 플레이 할 수 있는 버튼이 생겼다. 플레이를 누르니 여느 게임을 받을 때와 같이 맵을 다운받는 시간이 5초 정도 걸렸다. 이후 사이즈코리아센터에 입장했다. 센터에서 동시 수용 가능 인원은 16명으로, 이날 서비스를 개시한 센터에 방문한 이들의 누적 방문수는 396번이었다. 

기자가 입장한 시간은 7일 밤 10시 30분. 메타버스가 아닌 실제 현실이라면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았을 센터는 활짝 열려있었다. 기자를 제외하고 손님이 없어 혼자 자유롭게 맵을 구경했다. 

기자는 센터가 위치한 건물 앞 광장에 멈춰 서 있는 캐릭터가 움직이도록 버튼을 조작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왼쪽 하단의 방향키와 오른쪽 하단 점프 버튼을 활용해 움직여야 했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던 기자에게 자동차, 화단 등 메타버스 공간 속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캐릭터는 장애물에 부딪히면 멈춘 채 그대로 있었고 계단이 나오면 반드시 점프를 하며 앞으로 움직여야 했다. 센터 입구의 유리문을 통과하는 작은 일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스로 건물에 들어가니 사이즈코리아센터 내부 사진과 똑같이 센터가 구현돼 있었다. 건물 내부 벽에는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 발굴 공모전 포스터가 걸려 있어 공고 내용을 확인 가능했고, 데이터 활용 컨설팅 등 상담을 진행하는 회의실도 볼 수 있었다. 

1층 센터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뒤에는 할 일이 없어 아쉬웠다.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기에 전개되는 스토리, 해결해야 할 퀘스트(문제) 등이 없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 속에 소통할 사람이 없다면 큰 메리트가 없다는 약점이 여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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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코리아센터 직원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이용화면 캡처)

기자가 센터를 나가려던 찰나 다른 이용자 한 명이 입장했다. 기자가 대화를 시도하며 제페토 초보라고 소개하자 이용자는 기자 캐릭터 근처로 다가와 대화를 진행했다. 들어온 이는 센터 직원이며 이날 센터맵을 중간 수정한 내용이 적용됐는지 확인 차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낮에 컨설팅 등 상담이 실제로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센터 직원은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신스캐너를 통해 지하미로공간으로 갈 수 있으니 구경해보라고 덧붙였다. 

제페토가 미숙한 기자가 전신스캐너를 찾는 것을 헤매자 캐릭터를 통해 길을 안내해줬다. 기자의 캐릭터가 직원 캐릭터를 따라 뛰어가며 대화하자 실제 현실에서 사람과 만나 소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 밤 11시 30분 또 다른 이용자 한 명이 입장했으나 곧 나갔다. 늦은 시간 센터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그 외에 이용 가능한 기능이 없어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이어 '아는형님' 맵에 입장해봤다.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딴 아는형님 맵은 누적방문수가 92만4000번에 이르는 인기맵이다. 아는형님 맵에 입장하자 교실 완벽 적응을 위한 '칠판에 낙서하고 친구들과 퀴즈 놀이하기', '아는형님 아이템 사용하기', '음악 시간에 신나는 댄스타임 즐기기' 등 적응법이 안내됐다. 

아는형님 맵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3~5명의 이용자가 있었다. 칠판에 낙서하고 손을 흔드는 등 적응법을 따라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흥미가 떨어졌다.

기자는 빠른 입장이 가능하다고 추천받은 '제페토 친구 해요'의 한 맵으로 들어갔다. 맵에서는 5~6명이 있는 이용자들이 활발히 소통 중이었다. 이들은 제페토 내 음성 기능을 활용해 실제 대화를 진행 중이었다. 캐릭터를 소재로 농담을 나누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 같아 기자가 대화에 참여하기는 어려웠다. 마치 카페에 앉아 다른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 했다. 

제페토 한강공원 맵 내 CU제페토한강공원점 앞에서 캐릭터들이 춤을 추며 놀고 있다. (사진=제페토 이용화면 캡처)

제페토와 BGF리테일 CU가 협업한 'CU제페토한강공원점'을 구경하기 위해 '한강공원' 맵에도 방문했다. 한강공원 맵은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도 방 정원인 16명이 가득 차 있었다. 캐릭터들은 무대에서 춤을 추며 대화하고, 편의점을 돌아다니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다양한 인원이 실제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기자는 제페토 내에 있는 GS 점프마스터, 매직트리 등 다양한 게임을 시도했지만 캐릭터 조작 능력이 부족해 이내 포기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날까지 이용해본 제페토의 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생각보다 더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꾸미는 과정은 재미있었지만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 캐릭터 를 이동하고 조작하는데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기자는 8일 오전 제페토 속 사이즈서비스센터에 다시 방문했다. 오전 11시 30분, 센터에 입장한 사람은 5명. 낮이라 7일 밤보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회의실에서 상담하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 

20대 후반인 기자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제페토. Z세대를 넘어 더 넓은 연령층을 확보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겠지만 적어도 기자는 당분간 캐릭터를 꾸미기를 위해서라도 가끔 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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