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0.11 06:00

주행거리 2만㎞ 이하 중고차 값, 신차와 60만~80만원 차이…유럽, 전기차 중 경형차 판매 비중 13% 이상 껑충 뛰어

캐스퍼. (사진제공=현대차)
엔트리 SUV '캐스퍼'.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출시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 가장 '약체'로 일컬어지던 경차가 주목받고 있다.

SUV와 RV를 선호하는 국내에서 경차는 늘 소외받아왔다. 경차는 '경제적인 자동차의 준말'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세금 감면,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그럼에도 '큰 차'에 밀려 그 인기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내리막길이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등록된 신차 중 경차의 비율은 15.7%였지만 꾸준히 하락해 2017년에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고작 6.7%에 그쳤다. 국내 신차 10대 중 1대 수준도 못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지난 9월 29일 현대차가 '엔트리 SUV'라는 새로운 차급의 '캐스퍼'를 선보이면서 경차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캐스퍼는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Full-folding) 시트'를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1·2열 전 좌석에 폴딩·슬라이딩·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돼 높은 공간 활용성을 자랑한다. 2열 시트를 최대 160㎜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39도로 젖힐 수 있다.

이런 사양을 활용해 탑승자는 다양한 크기의 물품 적재는 물론 차박과 같은 레저, 아웃도어 활동 등 취향과 상황에 맞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역동적 분위기의 외관도 SUV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아울러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보행자·자전거 탑승자)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전방차량 출발 알림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기본 적용했다. 또 에어백은 앞좌석 센터 사이드를 포함해 총 7개가 장착됐다.

캐스퍼는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전예약 첫날에만 무려 1만8940대가 예약됐으며, 이는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최다 기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전예약에 참여, 캐스퍼의 차주가 돼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캐스퍼를 직접 인수하고, 김정숙 여사를 조수석에 태우고 시운전했다. 이어 차량에 대해 "경차임에도 든든하게 보이고 내부 공간이 여유 있어 보인다"며 "승차감도 좋다"고 평가했다.

모닝(왼쪽)과 레이.(사진제공=기아)
경차 '모닝'(왼쪽)과 '레이'. (사진제공=기아)

현대차가 캐스퍼 출시로 일으킨 경차 새바람을 기아는 브랜드 대표 경차인 '모닝'과 '레이'의 '베스트 셀렉션'을 출시하며 이어갔다. 모닝과 기아는 지난해 각각 국내 경차 신차등록 순위 1위,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 5일 출시된 모닝 베스트 셀렉션은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카메라 ▲하이패스 자동결제 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블랙·레드 포인트 신규 인테리어를 기본 적용해 편의성을 높이고 모닝만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레이 베스트 셀렉션은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카메라 ▲하이패스 자동결제 시스템 ▲15인치 전면가공 휠 ▲뒷좌석 열선시트 ▲고급형 센터콘솔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윈도우로 구성됐다.

쉐보레도 이런 추세를 타고 국내 경차 2위 '스파크' 띄우기에 나섰다. 쉐보레는 10월 한 달 동안 '쉐보레와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스파크 구입 고객에게 3.6% 슈퍼 초장기 72개월 할부 및 3.0% 초저리 36개월 할부를 비롯해 현금혜택과 장기할부가 결합된 콤보상품을 제공한다.

중고차 시장도 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엔카닷컴 플랫폼 내 경차 신규매물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13%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레이와 모닝의 경우 각각 월 평균 500~550대, 400~500대 수준의 매물이 등록되며 엔카닷컴 월별 인기모델 상위 10위권에 꾸준히 안착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신차급 중고차의 인기도 높다. 2020년식 무사고, 주행거리 2만㎞ 이하의 주요 경차 모델들의 시세를 분석한 결과 '더 뉴 레이' 시그니처의 시세는 1504만원, 프레스티지는 1387만원으로, 두 트림 모두 옵션 가격을 고려해도 신차와 60만~8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닝 어반'의 경우 시그니처의 시세는 1341만원, 프레스티지는 1139만원이며, 이들 트림 역시 신차가와 비교해 140만~210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수요가 높은 만큼 이들 모델의 잔존가치도 평균 88%를 형성해 낮은 감가율을 보였다. 더 뉴 레이 시그니처의 잔존가치는 95.08%, 모닝 어반 시그니처는 90.61%, '더 뉴 스파크' 프리미어는 84.14%로 각각 나타났다.

2021 쉐보레 뉴 스파크. (사진제공=카이즈유)
경차 '2021 쉐보레 뉴 스파크'. (사진제공=카이즈유)

한편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차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경형 전기차의 판매량은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전기차 중에서 경형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19년 1월 5% 수준에서 올해 2월 13% 이상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차의 특성상 다른 전기차 대비 절대적인 판매가격이 낮은데, 낮은 가격구간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구조와 코로나19 이후 보조금 상향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현대차 '캐스퍼 전동화 모델'(2023년), 테슬라 '모델2'(2023년), 르노 '5'(2024년) 등 가격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경형 보급형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도 유럽과 동일한 호응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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