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10.12 16:08
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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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고, 비겁하게 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라며 장병들의 독전을 촉구했다. 이른바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이다.  

이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적용할 만하다. 이 지사의 최종목표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인만큼 '사즉필생'의 자세로 민주당의 결선투표를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여야 내부에서 커다란 잡음 없이 최종 후보가 선출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팽팽한 초접전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약 여권이 이 지사 측과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측으로 갈라진다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여권의 분열은 곧 대선 패배'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 전대표 측은 이 지사가 지난 10일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됐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경선 결과 과반을 얻지 못했으면 결선투표를 하게 돼 있는데, 이 지사가 획득했다는 50.29%의 누적 득표율이 사실은 49.32%에 불과하므로 결선투표까지 마쳐야만 민주당의 정당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경선 결과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은 '무효표'를 총 투표 수에 포함시키면 실제 이 후보의 득표율은 50.29%가 아니라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49.32%라는 것이다. 민주당 특별당규 59조 1항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 선관위는 '해당 후보자' 투표가 무효이기 때문에 경선 도중에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얻은 표는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낙연 캠프는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세균 후보(9월 13일)와 김두관 후보(9월 27일)가 물러나기 전에 득표한 2만3731표와 4411표는 유효하고, 이후의 표만 무효표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원래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취지를 생각해보자는 견해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 11일 기자에게 보내 온 글에서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중도에 사퇴한 후보에 투표한 표가 무효가 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는 존재하지 않은 후보에 투표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퇴한 후보에 대한 표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대표다. 반대표를 무효표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며 "과반수 지지를 얻는 자를 후보로 하겠다는 결선투표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반하기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특별당규의 해석은 쉽지 않다. 애당초 불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이다"며 "이재명 측 해석이나 이낙연 측 해석이나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래도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면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이어 "예를 들어 1위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 때문에, 2위 이낙연 후보는 옵티머스 사건 때문에 중도에 사퇴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며 "만약 사퇴한 후보가 기왕에 받은 득표를 무효로 한다면, 약 9%를 득표한 추미애 후보가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되어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된다. 이것이 타당한 결론인가 아니면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가. 위 사례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이번 경선의 결론을 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의 이런 언급은 결국 실질적인 '과반의 득표'가 왜 중요한지 시사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이처럼 팽팽히 양분된 상태에서 지난 10일과 11일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1인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열면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이 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민주당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한 것은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에도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정국을 한치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지사는 공세적으로 결선투표를 과감히 받아들이는 방안을 수용할 필요가 적지않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민주당의 최대 과제가 '정권 재창출'이라면 민주당이 분열된 채 대선을 치러서는 100% 패배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 측을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선투표를 받아들이는 것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장동게이트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결선투표를 하면 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결선투표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은 사실상 설득력이 없다. 그 정도의 경쟁력이라면 설령 이 지사가 모든 잡음을 잠재우고 대선 본선에 나가 야당 후보와 맞붙는다해도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명실상부하게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내부분열도 잠재우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라도 '결선투표를 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이 지사가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을 새기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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