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10.13 12:00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변신 주력…중국 시장 부진·노사관계 불협화음 극복해야

정의선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정의선 회장의 경영 화두는 단연 '인류'와 '미래'였다. 정의선 회장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그룹의 사명이라는 경영철학 아래,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대전환'을 숨 가쁘게 추진해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회장은 올해가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보고,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그룹이 나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정 회장은 ▲로보틱스 ▲자율주행 ▲수소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발 빠르고 과감한 행보를 해나갔다. 

공영운(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공영운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9월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공영운(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공영운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자동차 넘어 새로운 산업 '도전'

정의선 회장의 가장 과감한 결단은 미국의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꼽을 수 있다. 로보틱스 사업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약 1조원을 투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을 80% 인수했다. 잔여 지분 20%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다.

특히 정 회장은 사재 2490억원도 함께 투자해 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실천했다. 그는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한 만큼, 미국행에 나설 때면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미래 혁신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점검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성과로 지난달 기아 광명공장 내에서 산업현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의 시범운영을 시작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2조39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필두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행보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자율주행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모셔널 본사를 방문, 사업 추진 현황 등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현재는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기술을 개발, 지난 8월 세종시에서 '로보셔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등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레벨4는 차량이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이달 12일 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연구소 내부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미래기술 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추진해 향후 개발에 신속히 반영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로의 진입을 위한 본격 준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로라'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을 인수하는 등 관련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일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0일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수소비전 2040부터 수소기업협의체 설립까지…"수소 산업 리더십"

정의선 회장은 국내 수소 사업을 선도하는 주역으로도 부상했다. 지난달 정 회장은 그룹 최초의 수소 관련 글로벌 행사를 열고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수소비전 2040'을 제시했다. 

향후 모든 상용차를 수소전기차로 출시해 전 지구적 배출가스의 저감을 추진함과 동시에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적용해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한 바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정 회장은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15개 회원사의 총수들이 모인 최고경영자 협의체로, 정 회장이 설립을 제안하면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로도 정 회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협의체 출범을 주도했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열린 정몽구 명예회장 자동차명예의 전당 헌액 전야행사에서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br>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정몽구 명예회장 자동차명예의 전당 헌액 전야행사에서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경영 실적도 합격점…중국 실적 개선·노사갈등 남은 난제

정의선 회장의 지난 1년간의 경영 성과 역시 합격점을 충분히 넘는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돌파하면서 1년 만에 219%에 달하는 증가세를 시현했다. 기아도 지난 2분기 1조4872억원이라는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높였고, 유럽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7.1%에서 올해 8.1%로 1%포인트 끌어올렸다.

사업 다각화는 물론 실적 상승까지 이끈 성공적인 1년이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우선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 'EV6'를 현지에 선보이고,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HTWO 광저우)로 중국 광저우를 발탁했다. 직접 설계한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지난 4월 중국에 본격 론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입지는 위태롭다. 지난 2015년 중국 자동차 판매 순위 5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길고 긴 하락세를 이어갔고 현재는 17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44만대 판매에 그치며 점유율은 5%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2016년과 비교할 때 61.5% 감소한 실적이다. 또한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의 강력한 공세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간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도 복병이다. 올해 현대차·기아 모두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지만, 합의 이전 적잖은 의견차를 보이며 반목을 보였다. 최근 출시한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 등 회사 정책과 관련한 갈등도 첨예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유럽 등 글로벌 환경규제 등의 산적한 현안도 정 회장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요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경제 리더십, 신사업 투자 등 지난 1년간 정의선 회장의 행보는 국내 그룹 총수 중 단연 돋보인다"면서 "물론 속히 풀어야 할 현안도 많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펼쳐질 새로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틀을 성공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