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10.22 09:51

시청 주요 정책에 '실세'로 관여…"압수수색이나 소환하지 않는 건 대장동 의혹 '꼬리 짜르기' 하겠다는 뜻"

성남시청 전경. 시청앞의 사람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성남시청 홈페이지 캡처)
성남시청 정문 앞. 시청앞의 사람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성남시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캠프의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이 과거 성남시 정책실장을 맡고 있을 때 성남시의 주요 서류에 서명을 하면서 결재라인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21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문화도시사업단 도시균형발전과 등 성남시 각 부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국감 일정에 맞춰 국민의힘 '대장동 태스크포스(TF)'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결재한 문서 목록에 정식 결재라인에 있지 않았던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이 '결재란' 밑에 있는 '협조란'에 비서실장이나 연관 부처 관계자들과 서명한 것이 드러났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 수립 입안 보고' 등과 같은 보고서의 표지에는 주무관(6~9급)과 팀장-과장-단장-부시장-시장 순서로 결재 라인이 적혀 있다. 

정 전 실장은 정식 결재라인에 놓여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결재란' 밑에 있는 '협조란'에 비서실장이나 연관 부처 관계자들과 서명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더군다나 정식 조직표상에서는 정 실장이 의전팀장 밑에 있는데도 직위는 '정책실장'으로 표기했고 실제로 당시 성남시청에서는 '왕 실장'으로 불리면서 확실한 실세였다는 증언이 적잖다.

'실장'이라는 칭호는 보통 5급 사무관이나 4급 공무원에 붙여주는 직급인데 '의전팀장' 밑에 있는 6급 별정직 공무원에게 '정책실장'이라는 직급은 직제상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제172회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에서 최윤길 당시 시의원이 '별정직 6급 직원이 정책실장이라는 직위를 사용할 수 있나. 성남시 조직에 정책실장이라는 조직이 있느냐'고 묻자 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은 "조직에는 없다. 공식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성남시청의 실세로서 주요 정책에 관여했다는 근거도 나왔다. 지난 2011년 제176회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강한구 당시 성남시 도시건설위원장의 '모든 것은 다 거기(정 실장)를 거쳐야 하냐. 그래야 시장님한테 결심을 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 당시 성남시 주택과장은 "정책이 바뀌는 부분은 정책비서(정진상)와 협의한다"고 답변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캠프의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에 대해 "공정과 정의 원칙이라는 가치를 표방해온 이재명에게 과연 그 공정·원칙이란 가치는 입으로만 자신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이었느냐"며 "앞으로는 공정과 원칙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편법과 반칙으로 시정과 도정을 운영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정진상의 기용 및 활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 보다도 더 정확한 모든 내용은 정진상이 알고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런 상태에서 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소환도 하지않는 것은 그냥 '꼬리 짜르기'를 하겠다는 것이고 이번 대장동 의혹은 그것으로 그만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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