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현민 기자
  • 입력 2021.10.31 07:30

구로 아티스포럼, 평당 1600~1800만원에 분양 끝나…"지역·상품별 양극화 현상 점차 심화될 것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일대 지식산업센터(사진=강현민 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 지식산업센터.(사진=강현민 기자)

[뉴스웍스=강현민 기자] 흔히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리는 '지식산업센터'가 최근 완전판매 행진을 보이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부터 자유로운데다 각종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구로 디지털벨리 지식산업센터에 분양 받아 입주한 제조업 회사 대표 신 씨는 "평당 500만원에 분양 받은 곳이 지금은 평당 1000만원 정도까지 올랐다"면서 "그런데 여기 바로 옆 건물, 지금 새로 짓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아티스포럼)는 얼마 전 평당 분양가 1600~1800만원에 모두 분양이 끝났다"고 전했다.   

구로 디지털벨리 일대 부동산 중계업자는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5월 분양이 시작됐다. 경쟁률 6:1정도로 분양 신청자가 너무 많아 시행사가 오히려 입주 기업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 단지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일대 부동산중개업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테라타워2차 27평(전용면적 기준) 호실이 약 14억5000만원 정도 한다"고 전했다.

중개업자에 따르면 2017년 분양 당시만 해도 4억 8000만원이었던 27평 사무실은 4년 만에 14억 5000만원으로 3배 가량 올랐다. 시세가 평당 약 5350만원에 달한다. 바로 옆 건물인 'SKV1 GL메트로시티' 34평 사무실도 평당 5000만원인 17억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가격 상승에 대해 중개업자는 "입지가 좋은 지식산업센터는 대출규제가 적고 일반인도 임대사업용도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 잘나가는 추세"라며 "어제만 해도 20평 호실 2개나 계약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일대, 가운데 도로를 따라 지식산업센터가 줄 지어 서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운데 도로를 따라 지식산업센터가 줄 지어 서 있다.(사진=강현민 기자)

지식산업센터는 동일 건축물에 제조업, 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산업 시설과 그 외 교육·의료·기숙사 등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6개 이상 사업장으로 구성된 다층형 건물이다.

아파트처럼 각 호실에 기업이 입주할 수 있어 한때 '아파트형공장'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공장'이라는 명칭에 부정적 시선이 많아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처럼 집합건축물에 여러 기업이 입주하는 이유는 제한적인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국토 면적이 좁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 국가에서 발달된 시설로 국내에서도 지식산업센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건축 승인 건수는 141개로 2018년 98개에서 40개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8년 17건 대비 2배 이상 높은 3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식산업센터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규제가 적고 분양권 전매에 제한이 없으며 보유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등록'만 하면 분양받을 수 있다. 또한 입주 기업의 세제 혜택이 크고 장기 입주 수요가 많아 위치가 좋다면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박 모 대표는 올해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한 판교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받았다. 박 대표는 "공기업을 통해 분양 받아 그런 지 저렴하게 받았다"며 "일반분양자가 평당 약 1500만원에 분양 받았다면 저희는 약 980만원 정도에 분양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은 취득세 50%, 재산세 37.5%의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단 향후 5년간 호실을 직접 사용해야 하며 분양권 상태에서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등기된 물건을 샀다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기업이 억제권역 밖 지식산업센터로 이전하면 4년간 법인세 100%가 감면되며 이후 2년 간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정책자금 지원도 쏠쏠하다. 입주 기업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정책자금을 통해 낮은 이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60~80% 대출이 이뤄진다. 실입주기업의 신용등급이 우수한 경우 90%까지의 대출도 가능하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와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즉 다른 부동산과 달리 여러 개를 매입·양도해도 세금 부담이 적다. 양도세는 보유기간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매긴다. 1년 미만은 양도세 50%, 2년 미만 40%, 이후에는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힘입어 경기 고양시 '향동 GL메트로시티'는 4월 분양 당시 분양가 80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오른 900~950만원으로 마감됐다. 향동 5블럭과 10분 거리에 있는 '지축 현대프리미엄'의 경우 19일 1차 분양 당시 창고형 매물 약 200개에 2000명의 경쟁자가 몰리며 경쟁률 10대 1에 분양가 1600만원으로 완판됐다.  

향동 인근 지식산업센터 부동산 관계자는 "지축이나 향동의 경우 상암과 가까워 방송 업계 종사자들이 사무실을 많이 찾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입주의향서를 받고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대륭 포스트타워 8차'의 경우 평당 2000만원에 분양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를 향한 투자 열기가 치솟고 있지만 주의할 사항도 적지 않다. 다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지식산업센터도 주변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 특화된 매력이 없는 매물은 건물이 다 지어진 후에도 장기 공실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양역 인근에 지어진 한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 입주 기업 부족으로 전체 호실 중 절반 가량이 공실인 상태다. 

한 상가 전문 부동산중개업자는 "동탄 부근에도 공실인 지식산업센터가 많다. 교통이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 비해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기업들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는 소액 투자, 세제 감면 혜택 등으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공급 과잉으로 일부 지식산업센터의 분양 성적은 좋지 않다"며 "공급 증가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지식산업센터의 입지, 교통 환경, 상품 구성 등의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지역·상품별 양극화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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