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0.28 11:26

"은행, 종합재산관리자 될 수 있게 신탁재산 범위 확대…투자자문업, 모든 상품으로 확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6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6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금융혁신 과정에서 금융권과 빅테크 간 불합리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시중은행장 7명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안정과 함께 금융발전이 필수 과제"라며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부채 등 시급한 금융안정 과제에 집중해 왔는데 오늘 은행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산업 발전 논의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순학 농협은행장, 임성훈 대구은행장과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가 함께 했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 계열 금융회사들이 상장과 함께 은행지주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고 저금리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행권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절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금융산업의 근간인 은행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변화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겠다"며 "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지털 전환이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빅데이터 솔루션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플랫폼으로 구축·활용하면서 기존 운영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를 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 위원장은 특히 "미래의 은행은 단순히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하나의 슈퍼앱을 통해 은행·증권·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들은  여러 기능을 하나의 앱에 넣으면 서비스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걸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앱을 분리,운영해왔다.

고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은행들도 토스처럼 원앱 전략을 통해 증권·보험 서비스는 물론 배달 서비스 등 향후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다른 분야에 보다 공격적인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장은 이어 "망분리 규제도 네트워크 연계성이 높은 우리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단계적으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디지털화된 금융환경에서 핵심자산인 데이터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비금융간 정보공유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기반은 강화하고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화된 환경에 대응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도록 은행의 겸영·부수 업무도 적극 확대하겠다"며 "은행이 종합재산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탁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방식의 신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도 내놓았다. 그는 "부동산에 제한돼 있던 은행의 투자자문업을 모든 상품으로 확대해 다양한 투자자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은행이 차별화된 투자자문과 투자자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면 투자자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운영 중인 플랫폼 사업 등에 대해 사업의 운영성과와 은행업의 환경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은행의 부수업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에 기반한 금융혁신을 지향하겠다"며 "금융혁신 과정에서 정부는 금융권과 빅테크 간 불합리한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은행과 빅테크·핀테크간의 업무제휴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고민해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뒷받침하고 디지털 금융감독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감독방식 등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간담회에 함께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은행 업무를 주요 기능별로 구분하고 기능별로 스몰라이센스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결제 분야의 스몰라이센스 도입을 우선 검토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은행업권에서는 겸영·부수업무 범위 확대, 신사업 출자 규제 완화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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