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1.11.01 09:56
지난 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중의원에서 열린 임시국회에 참석해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니폰티비 뉴스 영상 캡처)<br>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니폰티비 뉴스 영상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4년여 만에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가져가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유권자들이 안정감을 앞세운 자민당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안 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첫 시험대를 통과하며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1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전체 465석 가운데 261석을 가져갔다. 중의원(하원)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장과 각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을 장악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 기준선에 안착한 것이다.

직전 276석에는 못 미치지만, 그간 현지 언론매체가 예상했던 것에 비춰보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이전(29석)보다 소폭 늘어난 32석(지역 9석·비례 23석)을 가져갔다. 자민당과 공명당 여당 의석은 총 293석이 되어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310석)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자민당 선전은 지지율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고 자민당의 새 얼굴로 기시다가 등장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때 하루 2만5000명을 웃돌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300명 안팎까지 급감하면서 방역 행정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가라앉은 것도 자민당 선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5개 주요 야당은 전국 289개 지역구의 75%인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이 확보한 의석은 직전 중의원 해산 시점의 131석에서 오히려 121석으로 10석 줄었다. 유권자가 자민당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음에도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선택받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됐다. 

하지만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고 제3세력을 표방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기존(11석)의 4배에 육박하는 41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도약했다. 자민당의 감소한 의석과 다른 야당의 의석을 흡수한 양상이다. 자민당 정권에 개혁 마인드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일단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면서 정책을 자신감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총선 후 추가경정예산을 연내에 처리하고 자신의 경제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구체화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거물들이 잇따라 패배해 유권자들의 불만을 보여주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간사장은 야당 신인에게 밀려 패배했다.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패배한 것은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것이 패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시다 총리에게 사임할 의향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전 자민당 간사장,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전 디지털 담당상, 와카미야 겐지(若宮健嗣) 국제박람회(엑스포) 담당상,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 담당상 등이 야당 후보에 패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