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1.04 11:13

"심판과 선수란 이중적 지위 악용해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 왜곡…맞춤형 광고, 기울어진 운동장 아닌지 살펴봐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NATV 유튜브 캡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5일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NATV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공정경쟁질서가 확립돼야 시장의 성장과 혁신이 지속될 수 있다"며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집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고 주요 경쟁당국 고위급, 학계 및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고 배달앱, OTT와 같은 플랫폼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지만 시장을 선점한 소수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고 힘의 불균형으로 각종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 등 많은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경쟁당국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디지털 경제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집행을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합하도록 경쟁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들을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에 빗대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거대 플랫폼들은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순서 조작 등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하기도 한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1번 참가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의 주최자와 선수를 겸하는 1번 참가자는 줄다리기 게임의 승리 노하우를 자신의 팀에게만 알려주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덕에 1번 참가자가 속한 팀은 생존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짝꿍인 456번 참가자에게 게임을 고의로 져주거나 게임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는 모습도 보였는데 결국 1번 참가자는 주최자의 지위를 악용해 정당한 경쟁이 아닌 자신의 정한 기준에 따라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방안'을 주제로 한 1세션에 참석해 디지털 경제에서의 공정거래 근간 확립을 위한 공정위의 대응현황을 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전 세계 경쟁당국이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에 대응하고 있고 공정위도 어느 경쟁당국 못지않게 플랫폼 분야에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다"며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ICT 전담팀을 구성해 플랫폼 분야의 경쟁제한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 플랫폼상에서의 노출순위 결정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맹택시들에게 차별적으로 배차를 몰아주는 행위, 거대 쇼핑 플랫폼이 자사 PB상품을 입점업체보다 상위에 노출하는 행위, 노출순위 조정을 미끼로 경쟁 앱마켓에 인기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거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플랫폼에 관한 법·제도도 정비하고 있다"며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고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마련해 플랫폼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시장획정 기준과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대표적인 법 위반 유형도 예시해 플랫폼의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오늘날 거대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소비자들의 관심사, 개인정보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플랫폼들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맞춤형 광고의 확산으로 소비자들도 편리하게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제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거대 플랫폼들이 혁신 경쟁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아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1등이 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광고에 활용하는 소비자 데이터는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만큼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 우위를 토대로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