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1.11.04 13:47

"부인이 방문 앞에 서서 망 보는 상황에서 성폭행…울음 멈출 수 없었다"

장가오리 중국 전 국무원 부총리. (사진=바이두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인 펑솨이(彭帥·36)가 중국의 전 국무원 부총리 장가오리(張高麗·75)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글이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성추문 사건 중 최고위 관리가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계기로 성 추문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에 따르면 펑솨이는 전날인 2일 오후 10시쯤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장가오리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그가 톈진(天津)시 당서기로 지낸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내연 관계였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장 전 부총리, 그의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기 위해 처음 그의 집을 방문했을 당시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나는 성관계를 동의하지 않았고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장 전 부총리는 그녀를 자택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는 부인이 방문 앞에 서서 망을 보는 상황에서 펑솨이에게 관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내연 관계가 됐다. 두 사람 관계는 장 전 부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2012년 말쯤 끊어졌다.

펑솨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만, 펑솨이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의혹이 불거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펑솨이', '장가오리', '테니스' 등의 검색은 제한됐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만리방화벽’을 통해 이와 관련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글의 복사본이 인터넷과 메신저를 통해 확산중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가 중국내 각종 드라마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삭제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총리와 나’라는 드라마 제목이 장가오리 전 부총리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현재까지 해당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보도도 내놓지 않고 있다. NYT는 펑솨이와 중국 국무원(행정부)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장가오리는 2002~2007년 산둥(山東)성 당 위원회 부서기, 2007~2012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거쳐 2012년 말부터 2017년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로 지내다가 2018년 은퇴했다.

펑솨이는 중국의 테니스 스타다. 2013년 윔블던 복식 우승, 2014년 프랑스 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한때 복식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현재는 은퇴한 상태다.

그간 중국 대학, 방송국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졌지만 이처럼 권력 핵심 인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펑솨이의 ’미투’는 공산당 집권 이래 고위급 관리에 대한 가장 공개적인 비난”이라며 “내년 당 대회에서 지도부 개편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내년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토대를 닦는 자리다. 이번 미투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관련 메시지와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중국 최대 빅테크인 알리바바그룹에서도 고위 임원에 대한 미투가 일어났지만, 해당 임원은 별다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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