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11.09 16:49

5대 금융그룹, 3분기 누적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가계대출 억제 정책 되레 은행 배만 불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최대 연 6%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오르면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파른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은행들이 적극적인 가산금리·우대금리 조정을 최근 연이어 실시하자, '은행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여론이 들끓는 모습이다.

한 청원인은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한다. 연장 시 올라간 금리 내역을 살펴보면 코픽스 금리나 채권금리가 높아진 것보다 가산금리가 더 높아진 것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우려했는데 기준금리나 채권금리보다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 먼저, 더 크게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면서 그들의 이익은 올라갔지만 우려했던 가계대출의 상환 리스크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잔금대출 이자의 터무니없는 상승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게시했다. 청원인은 "2019년 2%대 중도금대출 금리가 4%대로 뛰었다.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데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출 제한으로 금융기관이 갑이 돼버렸고 금리만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날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5%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5년 고정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7~5.38%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인 8월 말과 비교해 1%포인트가량 뛴 것이다. 불과 2주 전과 비교할 때도 0.37~0.69% 올랐다. 변동금리 대출도 연 3.31~4.81%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다. 다만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5~6%대를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에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정한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높이자 불만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대 수준의 이자 이익도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했다. 아울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이자이익은 ▲국민은행 5조6594억원 ▲신한은행 4조8411억원 ▲하나은행 4조4746억원 ▲우리은행 4조3120억원 ▲NH농협은행 4조34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3%, 9.3%, 12.1%, 9.1%, 8.2% 상승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올 들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서민 생활과 연관이 있는 업종인 만큼, (실적 호조를) 너무 강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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