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1.13 06:40

IBK투자증권 "4% 경제성장률 감안하면 높은 물가 상승률 자연스러운 현상"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가운데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연초 예상보다 높은 2%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제시했다. 최근 물가 추세를 감안해 5월 전망보다 0.6%포인트 상향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11월 경제 브리프'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 수준도 상향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일 "당분간 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 수준인 2.1%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한은은 오는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해 물가 전망 상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7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월에는 0.6~1.5% 수준에 머물렀으나 4월 2.3%를 기록하면서 2%대로 진입했다. 이후 5월(2.6%), 6월(2.4%), 7월(2.6%), 8월(2.6%), 9월(2.5%)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뒤 10월에는 3.2%까지 치솟았다.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 영향으로 3%를 돌파했는데 10월 물가상승률은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향후 흐름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수입물가가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반 년째 상승 중이다. 특히 10월 수입물가지수는 130.43으로 8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향후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당분간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1일 "선진국의 빠른 백신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지원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일부의 생산·물류차질이 글로벌 공급 체인을 통해 확산됨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이 초래됐다"며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물가 상방 리스크 요인의 주요 내용 및 쟁점' 보고서를 통해 물가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행된 세계적인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으로 시장에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 측면에서는 원유·천연가스·석탄 등에너지 가격 상승, 원자재 가격 및 해상운임료 급등 등을 각각 꼽았다.

특히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투입한 대규모의 유동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통해 대응했지만,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기에는 아직도 금리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시장은 한은이 연 0.75%의 기준금리를 오는 25일 한 차례 더 올리고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황인욱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실물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급등 및 가계부채 급증 등 내부적 위험요인들의 누적과 함께 국제유가 상승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오게 되면 자칫 불황 속의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한은은 총수요 측면의 지속성 높은 인플레이션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만, 유가와 같은 공급 충격에는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 유류세 인하와 같이 서민물가 부담을 줄이는 조세정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20% 인하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시행 당일 전국 765개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1233개 알뜰주유소가 휘발유 기준 164원의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하는 데 동참했다.

이 같은 유류세 인하 조치는 12월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물가 상승률 억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 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물가가 높아지겠으나 내구재·원자재 가격상승률 둔화와 유류세 인하 등 정부 대책 영향으로 한은 물가 목표인 2%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7%로 제시하면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이 내년 중반 이후 점차 소멸되면서 올해보다 낮은 1.7%의 상승률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4% 전후로 국가경제가 성장한 해에 3%를 넘었던 10월 물가 상승률을 이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과도하게 쏠려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등락을 반복한 2010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4.0% 전망)이라는 점"이라며 "성장률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예년보다 높은 올해 물가 상승률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저효과와 유례없는 통화공급 및 재정정책이 수요를 큰 폭으로 견인해 성장을 이끌었으나 그 이면에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존재한다"며 "경제성장률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높다는 것은 평균의 함정이 있으나, 우리경제 전체로 보면 높아진 가처분소득이 물가 상승 부담을 감내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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