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1.11.16 01:00

2차원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 2인치 웨이퍼 크기로 합성

절연체 위에서 이황화텅스텐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펑딩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이 베이징대 등 중국 연구진과 함께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의 대면적 단결정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 

공동연구진은 이황화텅스텐(WS2) 등 대표적인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소재들을 웨이퍼 크기의 단결정으로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반도체를 피자에 비유한다면, 웨이퍼는 도우다. 도우의 상태가 피자의 맛에 결정적이듯, 웨이퍼의 품질은 반도체의 성능을 좌지우지한다. 

고성능의 웨이퍼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성장법이 '에피텍셜 성장'이다. 에피텍셜 성장의 핵심 기술은 기판에서 성장한 모든 작은 단결정이 균일하게 정렬되도록 하는 것이다.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의 경우 기판 선택이 까다롭다. 2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어 구조적인 대칭점이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공동연구진은 이론적 계산을 토대로 독특한 대칭구조를 가진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맞춤형 기판을 선택하는 원리를 제시하고, 이를 '이중결합 유도 에피텍셜 성장법'이라 이름 붙였다. 스텝 가장자리에서 결정 알갱이들은 점점 성장하여 최종적으로 기판과 동일한 크기의 대면적 단결정을 이룬다.

팅 청 연구원은 "'이중결합 유도 에피텍셜 성장법'을 토대로 적절한 기판을 선택하면, 이론적으로 모든 2차원 재료를 대면적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공동연구진은 이황화몰리브덴(MoS2), 이셀레늄화텅스텐(WSe2),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2) 등의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를 2인치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펑 딩 그룹리더는 "2차원 소재의 '선배 격'인 그래핀과 육방정계질화붕소(hBN)에 이어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도 웨이퍼 크기의 단결정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2차원 소재 분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연구로, 고성능 전자 및 광학 소자 분야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6일 새벽 1시(한국시간) 나노과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에 실렸다.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에 합류하기 전 펑딩 교수는 홍콩폴리텍대의 영년직 교수로 일했다.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의 전화 한통에 그의 한국행은 부지불식간에 결정됐다. 기초과학 연구에만 온전히 몰입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펑딩 교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물질을 만들 레시피를 찾아낸 성과도 올렸다. 대표적으로 '휘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가장 단단한 광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가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지면 최대 9%까지 휘어진다는 점을 규명한 성과다.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휘는 다이아몬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연구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펑딩 교수가 이끄는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이론그룹 연구진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신물질의 합성법과 물성, 성장 메커니즘을 계속 규명해 나가고 있다. 이론연구가 실험을 뒷받침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탈피하고, 실험 연구에 '큰 그림'을 그려주는 주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펑딩 연구리더 (사진제공=IBS)
펑딩 연구리더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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