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11.17 11:59

농식품부 "쿼터제·연동제로 원유가격이 수급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원유가격·거래체계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가 원유의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낙농업계와 유업체에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원유가격·거래체계 및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 마련을 위해 오송컨벤션센터 대회의실에서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 제3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낙농산업 현황을 설명하면서 "지난 20년간 유제품 소비가 46.7% 증가하면서 수입량이 272.7% 늘었으나, 국내 원유 생산은 오히려 10.7% 감소해 자급률이 29.2%포인트 축소됐다"며 "이러한 진행 상황을 볼 때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쿼터제와 연동제로 인해 원유 가격이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돼 상시적인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예산지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며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 결정 규정은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이익단체 위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소비자와 학계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방안을 설명하면서 "유업체가 구매 의향이 있는 음용유 186만8000톤을 현재 가격 수준인 ℓ당 1100원에서 구매하고 가공유 30만7000톤을 ℓ당 900원 수준에서 구매하게 되면 낙농가 소득이 현재보다 1.1% 증가하면서 자급률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쿼터 내에서 단일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또 "정부가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에 예산을 지원하면 유업체의 평균 구매단가가 낮아져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균 구매단가가 현행 ℓ당 1062원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1039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박 국장은 중장기적으로 생산자(MMB)와 유업체가 직거래하되 유업체가 원유 구매계획을 사전 신고하고 낙농진흥회가 전년 원유 사용실적, 수요 변화, 자급률 등을 고려해 승인하고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거래하는 개편방안도 제시했다.

김태경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은 "원유가격이 국민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결정이 중요하다"며 "농식품부가 수급상황을 반영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윤성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제품으로 틀을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과 관련해서도 "제도가 합리적이라면 주체별로 다소 이익이 상충하더라도 거부하지 말고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농식품부는 우리나라 원유가격을 결정하고 수급을 담당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체계 개편방안으로 이사회가 일반국민(소비자)·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이사회 개의 조건을 폐지하되 의결 조건은 강화하며 이사 선임 절차를 총회에서 이사회로 위임하고 정관 제·개정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낙농업계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까지 원유 가격을 내리면서까지 낙농진흥회를 열지 못하게 파행시킨 사례가 없어 의사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낙농진흥회 개편방안에 불만을 표했다. 이어 "농가 손실을 전제로 하는 방안은 수용이 불가하고, 낙농가 의견을 받아들여야 무리 없이 정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회장도 "정부가 낙농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농가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은 쿼터가 문제가 아니라 진입하려는 젊은 세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실무 추진단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2주 뒤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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