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11.17 16:24

"당 전체 해현경장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향후 석 달이 향후 5년 좌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델리민주' 캡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사진=민주당 공식 유튜브 '델리민주'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평가되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17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질타했다.

계속해서 양 전 원장은 "선대위도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비례대표 의원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대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이번 대선엔 당인(黨人)의 도리를 다해 밖에서 필요한 일을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라며 "현재 우리 당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하고,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을 향해 "의원들이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하고 일하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선대위에 대해선 "취지와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고,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지 못한 매우 비효율적 체계"라며 "주특기, 전문성 중심의 전진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의 캠프를 안배한 끼워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또 "우리에게 천금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세월했다.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후보 측근과 선대위 핵심 멤버가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않으면 승리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 느슨하게 늘어진 활시위나 악기의 줄을 다시 조여 매어 팽팽하게 함) 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며 "국회의원 170여명, 광역 및 기초 조직과 기반은 우리 당이 훨씬 탄탄하다. 향후 3~4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우려했다.

양 전 원정은 이번 대선에서 양당 후보가 모두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점을 들어 "정치불신과 급격한 변화 욕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들을 '하드파워'(전두환,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와 '소프트파워'(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로 분류하고 이번에는 '하드 파워'형 지도자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양 전 원장은 정치권의 '10년주기 권력교체설'에 대해 "이번에는 불투명하다"며 "한국의 정치 사이클이 점점 빠르고 변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5년 단임 대통령제 한계와 비극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양 전 원장은 이번 대선의 키워드를 '코로나19, 경제, 미래' 등 3가지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도, 저쪽도 그랜드 디자인을 아직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이 매우 우수한 편인데도 우리 당이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은 나의 삶, 나아가 한국경제를 더 획기적으로 성장시키고 도약시킬 비전을 매우 갈망한다"며 "경제는 우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띄는 분야인데, 한 달 먼저 후보를 확정하고도 다양한 경제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고 후회했다.

양 전 원장은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이 G10에서 G7으로 도약하느냐, 그 아래로 추락하냐 갈림길"이라며 "매우 담대한 비전과 공약, 대안이 준비돼 있는데도 저쪽 당과 확연한 차별화를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후보 확정 후에는 과감한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2~3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러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 참석한 의원들에게 '좋은 정치'도 당부했다. 그는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 의원이든 특정 분야의 정책 전문성을 잃으면 보람이 없어지고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며 "그 순간부터 생계형 직업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어떤 경우에도 스타일리스트형 정치인은 제발 안 되셨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이라며 "하찮은 패션, 튀는 표현이나 말장난, 그저 뜰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는 분들 많이 보는데 그런 모습이 정치를 희화화 시키고 냉소와 조롱을 유발한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혹여라도 대접받는 것이 좋아지고, 의전이나 권위가 중요해지면 정치를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자각하면 좋겠다"며 "마지막으로 언제가 됐든 떠나는 시점과 방법을 늘 마음속에 그려두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